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이운용교수의 인도 비즈니스
인도인 활용 및 관리방법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1/08 12:13 수정 2013.01.08 12:14




↑↑ 디왈리축제 때만 들어서는 델리의 야시장
 
↑↑ 이운용

한국외대 인도어과
한국외대 지역대학원 정치학 석사
인도 첸나이무역관 관장
한국인도학회 부회장(현)
영산대 인도연구소장(현)
영산대 인도비즈니스학과 교수(현)
영산대 기획처장(현)
 
인도에 파견 나온 외국의 지사나 투자진출 기업들을 보면 현지인을 활용하는 정도가 우리보다 매우 높다. 제조업체의 경우는 당연히 인도 노동자의 비율이 높지만, 종합상사의 경우에도 현지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지직원을 활용하라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인도인은 지능이 높고 인건비는 싸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경력 3~5년 정도 고급 인력의 인건비가 300~500달러 정도다. 우리나라의 상사 주재원의 경우 월 급여·주택 임차료·차량 유지비·자녀 교육비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인 주재원 한 명이면 인도인 10~20명을 활용할 수 있다.

인도인은 머리가 좋고 사고가 유연하다. 단지 카스트 사회라는 신분제도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지 못한 경우가 핸디캡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식 관리 시스템의 장점을 잘 살려 효율적으로 관리 한다면 한국인 주재원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과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인도 사회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인도인이 외국의 선진화된 시스템에서 자유경쟁을 하면 많은 경우 아주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업적을 쌓는 것을 볼 수 있다.

↑↑ 현지인과직장에서점심식사
둘째, 현지 직원이 현지 사정에 정통하다.

정보 수집이나 현지 감각에 맞는 결정은 외국인보다는 현지인이 훨씬 유리하다.

특히 인도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구조와 카스트라고 하는 계급사회는 외국인들이 손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들며 의사결정에 참고해야 할 사항을 간과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하게 된다.


기후도 충분히 고려해야


셋째, 더운 지역에서 체력에 한계를 느낄 수 있다.

인도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운 나라다. 뉴델리가 북위 27℃이므로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덥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4월부터 6월의 혹서기간은 기온이 48℃ 정도 된다. 체감온도는 50℃를 넘어간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온도계가 최고 50℃까지만 표시되어 있어서 공장 내 정확한 온도를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사무실도 에어컨 없이는 견딜 수 없으며 수시로 정전이 계속되어 찜통 속을 방불케 한다.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고 벽에서 복사열이 나와 실내기온은 오히려 더 올라간다. 에어컨의 바람이 나오는 높이까지는 찬 기운이 있으나 그보다 높이 머리를 들면 더운 기운을 느낀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문을 열면 열기가 얼굴을 덮친다. 한국에서 처음 파견 나온 일 년 정도는 서울과 같은 정도의 업무 강도를 유지할 수 있으나, 그 이후는 체력이 떨어져 쉽게 지친다.

이때부터는 한국식  업무 추진은 능률이 대폭 떨어지게 된다. 또한 젊은 사람도 건망증이 매우 심해진다. 인도 경영자들이 오후에는 반드시 수면을 취하는 것도 나름대로 생활의 지혜인 것이다.


비용절약 측면도 


넷째, 현지인 활용이 시간과 돈을 절약시켜 준다.

일과 중 전화 거는 일을 예로 들어보자. 전화사정이 나빠 몇 번씩 반복 시도해야 전화가 연결된다. 전화가 연결되면 상대방은 비서나 일반 직원이 전화를 받는다. 그들은 어디의 누구냐 등을 묻는데 많은 경우 영어에 익숙지 못하여 두세 번 반복해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전화를 바꿔주는데 2~3분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다. 때로는 5분씩 기다린 후에 사장이 없다고 하며 전화를 끊어 버린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인도인들의 전화 태도다.

비서를 시켜 전화하면 인도인들은 중요한 사람이라고 간주하는 반면 외국인이 직접 전화하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러 번 접촉하여 잘 아는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홀대당하기 일쑤다. 특히 정부 부처에 면담을 신청하는 경우 직접 전화하면 면담 약속을 잡기 어려우나 비서를 시키면 손쉽게  할 수 있다.

↑↑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앰버서더 택시, 환경을생각해CNG를 사용한다.


비서를 둬야 하는 이유


인도에 진출한 우리 기업 중에는 이렇게 비능률적인 전화통화를 비싼 인건비를 받는 한국 파견 직원이 직접하고 있으며, 팩스기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수시로 고장 나는 복사기와 씨름을 하고 있다. 우편물을 접수하고 보내는 것을 직접 하기도 한다.

이러한 잡일을 하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못한다. 인도 주재원 누구나 스스로 생각해 보면 하루 10시간 업무 중 5시간 이상은 불필요한 일로 소모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처럼 외부 여건으로 인해 실질적인 업무시간은 절반에 지나지 못하고 더욱이 불필요한 소모전과 짜증 등으로 나머지 절반도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일하기 어렵다.

인도인들은 주요 지위에 있는 책임자들은 거의 다 비서를 두고 있으며 사무실에도 잡일을 도맡아 하는 ‘오피스 보이’들이 있다.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단순 계산을 해보자. 월 10만원 정도면 잡무를 처리하는 비서를 둘 수 있다. 그러면 한 달 주재비용이 5천달러(약 6백만원)가 넘는 한국 직원의 업무시간을 두 배로 늘려 줄 것이다. 10명이 주재한다면 주재원 1명을 줄이고 주재원 9명 모두에게 비서를 하나씩 붙여 준다면 주재원 9명의 업무시간이 18명분으로 늘어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또한 주재원 10명을 5명으로 줄이고 비서 5명을 붙인다면 비용은 절반으로 줄이고도 업무는 주재원 10명분이 가능하다.

물론 업무의 특성 등이 달라서 이런 단순 계산이 모든 분야에 다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라는 특수한 사회구조·기후·업무환경 등을 감안하면 각 회사별로 충분히 고려할 가치는 있다고 본다.


현지직원 관리는 룰을 통해


기업은 직원관리를 위한 자체 규정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인도와 한국의 사회 문화적 차이로 인한 문제점을 위주로 알아보자. 한국인은 성격이 급하다. 특히 인도처럼 모든 것이 느긋한 나라에서는 한국인의 급한 성격이 인도인들에게는 매우 이상하게 보인다.

어떤 인도인은 한국인이 화를 내면 ‘미쳤다(mad)’라고 표현한다. 또한 한국인은 기분파다. 상급 관리자인 한국인이 기분이 좋으면 현지 직원이 잘못한 일도 그대로 넘어가기도 하며 기분이 나쁘면 사소한 일로도 크게 화를 낸다. 여러 직원이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야단도 친다. 한 마디로 정해진 룰을 통해 관리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인도인 상급 관리자는 직원들한테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다. 카스트 계급사회의 속성일 수도 있다. 직원의 생살여탈권을 쥔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한다. 그렇다고 하여 직원들 앞에서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인도를 오랫동안 지배했던 영국인은 정말로 조용하다. 사무실에 있는 지 없는 지도 모른다. 일본인도 인도 직원들 사이에서는 젠틀맨으로 소문나 있다.

한국계 기업에 근무하다 나온 인도 직원들은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이나 영국계 기업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그 나라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 기름에 볶고있는 감자,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문화적 차이 감안해야


인도인들 사이에선 한국계 기업에 근무했던 직원은 질이 나빠서 채용을 꺼린다고 한다.

일본이나 유럽계 기업에 근무했던 직원은 성실해서 채용하는데 부담이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심지어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나 운전기사도 한국 가정에서 일했던 사람보다는 일본 가정에서 일했던 사람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인들이 근성이 좋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섬세하게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다. 우리의 감정표출이 너무 솔직하고 직접적인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과 인도 사람들 간의 차이를 배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인도인은 한국 사람을 거칠고(rude) 세련되지 못하다고 본다. 반면에 영국인이나 일본인은, 인도인이 열등하다고 여기고 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핀다는 측면에서 상대한다.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인도에서 한국인은 영국인이나 일본인보다는 못한 이등 국민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가슴으로는 따뜻하게 정을 나누더라도 머리로는 차가운 이성을 가지고 어떻게 관리할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