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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문화가산책]성악인생 50년을 돌아보며..
오피니언

[문화가산책]성악인생 50년을 돌아보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1/15 09:12 수정 2013.01.23 11:30



↑↑ 엄정행
성악가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한 해가 시작되면 누구나 지난 삶을 한 번 확인해보고 돌아보는 계기로 새해를 맞이한다.

그러다 보면, ‘무슨 일을 하건 어떤 곳에 살던 사람의 삶은 거기서 거기다’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비록 주어진 환경과 진실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간답게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도 ‘세상은 결국 인간이다’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좀 더 젊은 시절에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완벽한 계획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있고 멋진 용기가 그때그때 있었더라면 나는 좀 더 오랜 젊음을 유지하고 삶을 후회 없이 살아갈 수도 있었을는지 모른다.

나 자신 돌이켜 보면 그런 후회가 점철돼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학창시절 운동에 빠졌지만 체력적인 조건이 안 돼 포기할 때도 있었다. 내 안에 있는 성악에 대한 자질과 가능성을 찾아준 스승님 앞에서도 한때 온전히 자신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성악이라는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무대와 환호를 경험해 보았지만 아직도 완전하다는 생각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가슴 한 곳에 남아있다.

이렇듯 늘 부족하다는 망설임이 칠십 고개를 넘어서야 극복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응원에 힘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은 그만큼 할 말도 많지 않지만 이런 점에서는 노래도 크게 다름이 없다. 타고난 목청만 있으면 노래가 잘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지만, 마치 술 한 잔하고 제 흥에 겨워 주절거리는 것을 음악이라고 한다면 이는 큰 착오다. 소리와 성악은 분명히 다르다.

나는 아직까지도 노래만큼 어렵고 힘든 예술이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길을 후회 없이 걸어왔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반성이다. 나의 반성이 너무 늦은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직 허락받은 삶이 앞에 남아있다. 얼마나 남아 있을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앞으로의 삶은 내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위해 바쳐지리라.

그동안 입었던 은혜가 너무 크므로 부담스럽다. 특히 지난해는 내 고향 양산시민들로부터 시민대상이라는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다. 어렸을 때 함께 뛰놀던 친구들과 선배, 동생들 앞에서 영예로운 큰 상을 받아든 순간 정말로 큰 감동과 함께 고향에서 더 많은 봉사를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밀려들었다.

평생을 몸바친 대학교에서 명예교수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퇴직과 동시에 고향에 내려와 음악연구소를 차리고 고향사람들과 함께 성악을 공부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 또 이전부터 내 이름을 걸고 치르던 콩쿨대회를 위해 애써준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말씀을 드리고 싶다.

함께 걸어온 이들에게 조그만 소망이 있다면 내가 부른 목련화처럼 순결하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 뿐이다.

새해는 더욱 밝고 희망이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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