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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행 성악가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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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면, ‘무슨 일을 하건 어떤 곳에 살던 사람의 삶은 거기서 거기다’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비록 주어진 환경과 진실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간답게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도 ‘세상은 결국 인간이다’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좀 더 젊은 시절에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완벽한 계획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있고 멋진 용기가 그때그때 있었더라면 나는 좀 더 오랜 젊음을 유지하고 삶을 후회 없이 살아갈 수도 있었을는지 모른다.
나 자신 돌이켜 보면 그런 후회가 점철돼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학창시절 운동에 빠졌지만 체력적인 조건이 안 돼 포기할 때도 있었다. 내 안에 있는 성악에 대한 자질과 가능성을 찾아준 스승님 앞에서도 한때 온전히 자신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성악이라는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무대와 환호를 경험해 보았지만 아직도 완전하다는 생각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가슴 한 곳에 남아있다.
이렇듯 늘 부족하다는 망설임이 칠십 고개를 넘어서야 극복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응원에 힘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은 그만큼 할 말도 많지 않지만 이런 점에서는 노래도 크게 다름이 없다. 타고난 목청만 있으면 노래가 잘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지만, 마치 술 한 잔하고 제 흥에 겨워 주절거리는 것을 음악이라고 한다면 이는 큰 착오다. 소리와 성악은 분명히 다르다.
나는 아직까지도 노래만큼 어렵고 힘든 예술이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길을 후회 없이 걸어왔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반성이다. 나의 반성이 너무 늦은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직 허락받은 삶이 앞에 남아있다. 얼마나 남아 있을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앞으로의 삶은 내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위해 바쳐지리라.
그동안 입었던 은혜가 너무 크므로 부담스럽다. 특히 지난해는 내 고향 양산시민들로부터 시민대상이라는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다. 어렸을 때 함께 뛰놀던 친구들과 선배, 동생들 앞에서 영예로운 큰 상을 받아든 순간 정말로 큰 감동과 함께 고향에서 더 많은 봉사를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밀려들었다.
평생을 몸바친 대학교에서 명예교수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퇴직과 동시에 고향에 내려와 음악연구소를 차리고 고향사람들과 함께 성악을 공부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 또 이전부터 내 이름을 걸고 치르던 콩쿨대회를 위해 애써준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말씀을 드리고 싶다.
함께 걸어온 이들에게 조그만 소망이 있다면 내가 부른 목련화처럼 순결하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 뿐이다.
새해는 더욱 밝고 희망이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