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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경 영산대학교 인도비즈니스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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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예부터 삶과 죽음을 다스리는 신으로 숭배 받아왔다.
우리의 민속신앙에서 뱀은 용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뱀이 허물을 벗으면서 성장하듯 뱀은 구렁이가 되고 구렁이는 이무기가 되고 이무기는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견뎌내면 용으로 승천할 수 있다. 인간의 상상이 뱀의 비범함을 하늘로 보낸 것 같다.
인도에서 뱀은 신격화돼 ‘나가’라고 불린다. 반인반수(半人半獸)로 흔히 뱀의 꼬리와 얼굴은 인간의 모습, 머리는 코브라처럼 묘사된다. ‘나가’는 수컷뱀, ‘나기니’는 암컷뱀, ‘나가라자’는 용왕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수많은 인도 신화에서 활약한다.
아직 신들이 불사의 존재가 아니었을 때 악신과 선신이 힘을 합쳐 불사의 영약인 암리타를 찾기 위해 우유 바다를 휘저어야 했다.
끝도 없는 거대한 우유 바다를 저어야 하는 일이니 보통의 젓기로는 충분치 않으니 메루산(만다라산)을 뽑아 와서 뒤집어 회전축으로 삼고 거대한 뱀신 바수키가 이 메루산을 둘둘 휘감고 한 쪽은 아수라가 다른 한 쪽은 선신들이 바수키를 밧줄로 삼아 줄다리기를 하듯 대해를 저었다.
천년동안 우유 바다를 젓는다고 잡아당겨대니 바수키 뱀신이 그만 지쳐서 독을 내뱉고 말았다. 그 독이라는 것이 아주 맹독으로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가장 위대한 신 시바가 기지를 발휘하여 바수키의 맹독을 마셨다. 그도 죽고 싶지는 않아서 그 독을 삼키지는 못하여 항상 목에다 보관해 두었다. 그때부터 시바의 피부색은 독으로 인해 파랗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드디어 암리타를 우유 바다에서 찾아내어 악인과 선인들은 서로 불사의 약을 마시기 위해 전쟁을 했다. 싸움 끝에 신들은 암리타를 마셔 불사의 몸이 됐고 선인들은 암리타를 안전한 저장고에 숨겨 두었다. 그 저장고를 나가라자(용왕)가 지키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한국의 지신(地神)과 비슷한 수호신, 지킴이의 상징을 보여준다.
또 다른 인도신화에서 뱀은 신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존재다.
생명의 에너지를 자기 파괴를 통해 새 창조기에 죄다 뽑아내 지쳐버린 비쉬누(인도 세계 유지의 신)는 끝도 없는 휴식기에 빠져있을 때 머리가 천개가 달려있는 거대한 뱀, 아난타 위에 누워 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화학자 조셉 켐벨은 그 휴식기를 아름답게 이렇게 묘사했다.
“우주의 주관자는 바다 위에서 끝없는 뱀 아난타 위에 누워서 영원한 잠을 자며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이 우주였다”
불교에서는 뱀이 물의 신으로 간주되곤 하는데 고타마 붓다가 명상에 빠져있을 때 머리를 치켜들고 목을 넓게 펴서 비를 맞지 않도록 해 준 것도 뱀이었다.
뱀은 허물을 벗는 특징 때문에 재생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고대의 ‘우로보로스’, ‘꼬리를 삼키는 자’처럼 영원성의 상징이 됐다. 비쉬누가 거대한 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이런 뱀이 가진 상징때문일 것이다.
천지창조 신, 복희여와는 둘은 어깨를 껴안고 하나의 치마를 입고 하반신은 서로 몸을 꼬고 있는 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창조신인 이들이 서로 몸을 꼬고 있는 모습은 세상의 조화와 만물의 생성이 초래됨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징은 인도의 사원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것인데 일찍부터 뱀을 숭배해 왔던 남방 문화에서 중국이나 중앙아시아로 전달되었는 지도 모른다.
서양에서는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게 한 뱀의 죄 때문일까, 교활하고 탐욕스런 존재로 흔히 인식된다.
조셉 켐벨은 빌모이어스의 대담으로 엮어진 책 ‘신화의 힘’에서 뱀을 죄악의 중심에서 이브에게 깨달음을 준 존재로 신격화하였다.
“선악을 아는 것이 왜 아담과 이브에게 금지되어야 했던가요? 그것을 모르고 있었더라면 인류는 삶의 조건에 동참하지 못한 채로 아직도 에덴동산에서 멍청한 아이처럼 살고 있을 테죠. 결국 여자가 이 세상에 삶을 일군 겁니다. 이브는 이 속세의 어머니입니다. 인류가 에덴동산에서 살던 꿈같은 낙원은 시간도 없고 타생도 없고 죽음도 없는 곳입니다. 그것만 없습니까? 삶도 없어요. 죽어서 부활하고, 허물을 벗음으로써 그 삶을 새롭게 하는 뱀은 시간과 영원이 만나는, 이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세계수입니다. 결국 뱀은 에덴동산의 실질적인 신이었던 겁니다”
현실세계에서 뱀은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지만 상징과 신화의 세계에서의 뱀은 풍요와 재생의 이미지를 가진 불사의 존재다.
뱀의 존재처럼 우리의 양면성과 이면성을 넘어 조화로운 계사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