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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소금] 동가숙 서가식 (東家宿 西家食)의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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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소금] 동가숙 서가식 (東家宿 西家食)의 이기주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1/29 10:07 수정 2013.01.29 10:12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태평어람이란 책에 있는 글로서 옛날 제(齊)나라에 은교라는 매우 영특하고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 은교에게 여러 곳에서 혼담이 쏟아져 들어왔으나 모두 탐탁지 않아 거절하고 있던 중 마침 적당한 후보자가 그것도 두 군데서 한꺼번에 나타났다.

동가(東家)의 아들 견법이는 재산이 많았으나 인물과 예절이 형편없었으며 서가(西家)의 아들 해우니는 핸섬한 미남이었으나 가세가 넉넉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그러나 두 사윗감이 모두 놓치기 아까운 자리였으므로 은교의 양친 용마루와 대교행은 머리를 마주대고 의논했으나 선뜻 결정을 짓지 못하고 외동딸 은교를 불러 의논했다.

그녀 역시 한쪽은 무진장 돈이 많으나 얼굴이 못 생겼으며 한쪽은 또 얼굴은 기가 막힐 정도의 미남이지만 재산이 없어 어디로 정할까 한동안 망설인 끝에 친구 나눔이를 찾아갔다. 은교의 친구 나눔이는 한 수 더해 아예 둘 다 잡으라는 조언과 함께 묘수라며 가르쳐 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눔이와 헤어져 귀가한 은교가 희색이 만연하여 “아버님 이렇게 할 수는 없을까요? 저는 동가(東家)견법이 집에서 밥을 먹고 서가(西家) 해우니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싶군요!” 그러자 그 아버지 용마루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 얼버무리기를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뭐 있겠느냐 마는 좀 걱정된다” 하면서 말꼬리를 내리는 것이었다.

“아버지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저를 원하니, 동가(東家)의 사윗감 견법이에게는 제가 매월 초하루부터 열닷새까지만 머무른 후 열엿새부터는 친정집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시고, 서가(西家)의 사윗감 해우니에게는 반대로 하시면 되지 않아요!”

이 말을 들은 은교의 양친 용마루 와 대교행 마님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낮에는 돈 있는 동가 견법이네 에서 먹고 마시고 호강을 하고 밤이면 서가에서 기막힌 미남 해우니하고 짜릿한 사랑을 속삭이고 싶다는 은교의 빈틈없는 이기주의를 발휘했던 것이다.

철학자로 유명한 임마누엘 칸트의 ‘이기주의’라고 하는 논문이 있다. 그는 이기주의를 철학적으로 설명한다. 첫째는 논리적 이기주의다. 자기의 판단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학적 이기주의다. 자신의 심미적 취향에 만족하고 자기 느낌을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자기 기분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생각하고 자기가 느끼는 감성을 절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도덕적 이기주의다. 자기 자신이 모든 행동의 목적과 중심이 되고 자기에게 유익하지 않는 일은 다 나쁘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르다고 하는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준이 돼서 내게 이익이 되면 이로운 것이요 내게 해가 되면 다 악한 것이라고 단정한다.

이러한 이기주의가 개인이나 가정 사회의 불행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기주의를 버리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이타주의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 7:12) 이것이 인생의 황금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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