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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전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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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1/29 10:25 수정 2013.01.29 10:25
[우리 고장 스토리텔링] 양산을 읊다



 
↑↑ 조정화
월간 <모던포엠> 신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회원
공저 <바람결에 묻어온 너의 편지>
 
전철에서

11시 50분

양산행 전철 안 여자가 졸고 있다

한때 무성했을 정수리 속살을 드러내고

아침나절 푸르던 셔츠는 빛을 잃은 지 오래

미처 떼지 못한 출입증 목줄인 양 매달려 있다

동원, 금곡, 호포역을 스쳐가고

전철이 요동칠 때마다 꺾인 고개가 위태롭다

손가락 끼운 시집 한 권

여자는 선 졸음 중에서도

시인을 꿈꾸는가

종착역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고

전철은 꾸역꾸역 사람들을 쏟아낸다

잠이 덜 깬 여자

떠밀리듯 세상 속으로 밀쳐진다

움츠린 어깨 너머로

천변 물억새

이른 추위에 입김을 불어대고

무리 잃은 왜가리 한 마리

지친 날갯짓으로 다시 비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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