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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참 부자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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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참 부자가 된다는 것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2/05 10:24 수정 2013.02.05 10:24



↑↑ 허광욱
영산대학교 국제무역학과 교수
2013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었으면 하는 소원을 가졌을 것이다. 필자도 연초에 친구들과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부자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부자란 재물이 많아 살림살이가 넉넉한 사람을 말하는데 통상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을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돈을 벌고 불리는 것과 사용하고 빌리며 나누는 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특히 돈을 나누는 것은 ‘부의 재분배’며 ‘복지’라 말할 수도 있는데 가장 가치 있고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 부자들에 관한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자주 들린다. 지난해 7월 24일자 몇몇 신문에 우리나라 부유층이 해외로 몰래 빼내간 돈과 이 돈의 이익금을 합한 추산액이 893조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지난달 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1천400억원을 횡령ㆍ배임한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도 3천억원을 배임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둘다 법정구속돼 복역 중이다.

우리 역사상 많은 부자들이 있었는데, 이들 중 자신이 가진 부를 나눔으로 지역과 국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대표적 가문 중 하나가 경주 최부자 가문일 것이다.

‘경주 최부잣집 400년’이란 최치원의 17대손인 정무공 최진립(1568~1636) 장군부터 28대손인 최준(1884~1970)에 이르기까지 12대에 걸치는 402년을 말한다. 경주 최부자집의 부(富)는 최진립의 손자 최국선에 이르러 그 기초가 형성됐으며, 그 이후 3백여년간 유지됐다. 

우리 속담에 ‘3대 부자 없다’는 말이 있는데, 경주 최부잣집은 이 속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랜 세월 동안 부를 누렸다.

경주 최부잣집이 주목받는 이유는 부의 사용과 부자로서의 도덕성에 있다. 경주 최부잣집이 12대 3백여년에 걸쳐 존경받는 부자로 그 명성을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은 제가철학인 ‘육훈’(六訓)과 수신철학인 ‘육연’(六然)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최부잣집 부(富)의 비결을 담고 있는 ‘육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이 말은 권력과 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우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돈은 벌되 권력은 처음부터 포기하란 의미이며, 또한 교육을 받지 않으면 부나 가문을 지키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말을 거울삼아 경주 최부자집은 철저히 권력을 멀리하면서도 부자의 길을 택하였고, 결국에는 부와 명예를 모두 얻었다.

둘째,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이 말은 경주 최부잣집 재물의 상한선이 1만석인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주 최부잣집은 철저하게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셋째,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말라. 부자들 중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재물을 모으려고 한다. 하지만 최부잣집은 사회적 약자의 약점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지 않았다. 그들은 가난한 자에 대한 배려와 자신만의 치부(致富)의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실천함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부의 극대화와 안정을 추구하였다.

넷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최부잣집은 ‘세상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는 것이 진정한 나눔’인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조건 없이 사회로 돌려주는 삶을 실천하였다.

다섯째,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이 말은 ‘복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곤경에 처한 가난한 이웃들에게 경주 최부잣집은 희망의 근원이었다. 경주 최부잣집은 나눔을 실천하고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배려와 섬김을 통해 명문가의 반열에 서게 된 것이다.

여섯째,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이는 최부잣집의 부가 근검절약에 기초하고 있으며 부를 축적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후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였음을 의미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한국의 부자는 약 14만2천명이다. 부자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일반인들이 부자들을 존경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성경을 보면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부자가 자신의 재물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말이다. 부자가 진정으로 존경을 받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자들도 경주 최부잣집처럼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수신(修身)해 주변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참된 부자가 되었으면 한다.

2013년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 부자가 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나눌 줄 아는 삶을 살아 우리 사회가 더욱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되길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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