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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주 웅상고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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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학교에서 근무는 처음이라 손바닥에 땀이 났다. 나를 가장 압도한 것은 엄청나게 많은 선생님들이었는데 대략 50~60명은 되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그게 뭐 그리 많냐고 할 수 있겠지만, 시골 작은 중학교에서 단 6명의 선생님과 함께 근무해 온 나로서는 엄청난 스케일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학교와는 다르게 학교 구조가 낯설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마치 미로와 같았다. 학년별 교실 위치까지 파악하는데 다리가 조금 피곤했다.
2학년 1반 담임으로 배정을 받고는 또 손바닥에 땀이 났다. 학생 수가 무려 39명이었다. 시골 중학교에서 한반에 10명 남짓 정도만 담임을 하던 내가 39명을 어떻게?
첫 번째 고민은 바로 이름 외우기였다. 선생님들 이름 외우는 것도 힘든데, 반 아해들까지 외우는 건 무리였다. 게다가 비슷한 이름은 왜 이렇게 많은지, 이○영, 이○영, 유현○, 유형○ 등 등.
두 번째 고민은 학생 상담이었는데, 완전히 다른 서른 아홉 개의 인생 스토리를 파악 한다는 게 자신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라는 것이, 일단 시작하면 끝이 나게 되는 법! 서른 아홉명 전원 다 상담하는데 1년이 꼬박 걸렸지만,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참 신기한 것은 이름만 외울 때, 그렇게 안 외워지던 것이, 각자의 인생 스토리를 정리해 가다 보니 이름이 저절로 외워졌다는 것이다.
내게 맡겨진 업무는 2학년 학생 생활지도였다. 이번에는 손바닥에 땀이 더 많이 났다.
첫 번째 고민은 생활지도라는 단어였다. 내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지도해야할까? 무엇을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교 내 ‘규정’ 이라는 게 있어서 어떻게 보면 쉽다. 규정대로 일을 하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규정을 놓고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쉽지 않다.
특히 고등학생들, 곧 어느 정도 본인의 사고가 정립되어 있는 학생들의 생활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가? 이 질문의 해답은 나의 교직생활이 마무리 될 시기가 되어야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두 번째 고민은 학생들의 생활태도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경계를 지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너무 풀어주면 질서가 무너지고 그렇다고 너무 통제하면 학교를 싫어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수업 중에도 고민은 계속되었다. 내가 맡은 교과목은 1학년과 2학년 문과반에 분포되어 있는데, 1학년은 8개반 2학년은 문과 4개반으로 이루어져있다. 같은 수업을 작게는 4번에서 많게는 8번까지 반복해야 하니, 마치 내가 무한반복 ‘음악파일’이 된 기분이었다.
문제는 혼자 떠들어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진도에 쫓기다 보니 뭔가를 생각해볼 시간이 없다는 것 그래서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나만 떠들지 않고 수업에 여유와 흥미를 더할 수 있을까? 더욱 고민이 깊어진다.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가장 적응 못하는 것은 바로 야간자율학습이다. 오후 6시 50분부터 시작해서 밤 9시까지 진행되는 자율학습은 참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야간자율학습 지도교사도 힘들다. 집에 가서 쉬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고민에 대해 감사하고 싶다. 고민의 대상이 파릇파릇한 청소년들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