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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연 국악예술단 풍 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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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도 어김없이 동별 문화체육회나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행사를 하고 있다. 풍물패를 앞세운 길놀이와 조금의 음식, 커다랗게 하늘로 솟아있는 달집태우기 등 단순한 행사로 진행되지만, 현란한 무대와 시끌벅적한 기계음과는 거리가 먼 순수전통문화행사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유일한 작은 축제라 생각한다.
농경사회와 공동체사회 속에서 여유와 즐거움, 신명을 지니며 살아왔던 우리 선조들에 비하여 현대의 우리들은 각박한 경제환경만큼 숨막히는 일상 속에서 여유와 전통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그나마 이런 전통문화잔치를 통해 막걸리 한잔에 정을 나누고 활활 타오르는 달집에 액운을 날려 보내며 한해 소원을 빌어보는 의식이야말로 ‘생활의 여유’를 찾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여기서 많은 생각을 한다. 이렇게 좋은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놔두고 지역문화는 왜 늘 고민을 하는 것일까?
양산의 대표문화행사인 삽량문화축전은 매년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내고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어 지역문화로 자리매김하고자 애를 쓰지만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볼 때는 아쉬운 점이 많다. 전국의 다른 축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개ㆍ폐회식과 구색차리기에 급급한 부실한 먹거리, 끼워맞추기 식의 역사체험 등 외형에 비해서 내실은 부족한 형편이다. 그러고도 행사가 끝나면 종사자들의 평가는 성공이라는 것에 반해 보는 사람은 “매년 똑 같다”는 볼멘소리를 하게 된다.
물론 축제란 관람객의 수가 척도를 가늠하기는 하나 수억의 예산을 들여 3일간 행해지는 지금의 모습이 과연 지역문화로 바람직한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삽량축전의 예산에 비하면 쥐꼬리 만큼도 안 되는 예산을 가지고 많은 이들은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지역 단체들을 전통문화를 지키고자 동분서주하며 자신의 사비를 털어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문화는 말 그대로 우리들의 소통이다. 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문화가 아닌 문화 속에 숨겨져 있는 보물찾기 같은 문화, 생각을 할 수 있는 문화, 기억이 될 수 있는 문화, 만드는 사람이나 접하는 사람이나 공감대가 형성되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소통이 되지 않는 문화는 문화라 할 수 없고 결국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조상에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통통 통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지역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방안들이 모색되기를 대보름달에 두손 모아 기원하며 이 답답한 마음 장구 한판 신명나게 울리며 뚫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