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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양산사람으로 살아가기..
오피니언

[화요살롱] 양산사람으로 살아가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2/19 10:26 수정 2013.02.19 10:26



 
↑↑ 이경임
양산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교수
 
양산대학에 부임하면서 20여년의 긴 시간동안 양산과 인연을 맺어왔다. 부산에서의 출ㆍ퇴근은 늘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찼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젊음, 활기, 의욕이 넘쳐나고 자극이 있는 곳! 이런 양산은 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이곳에 통도사와 내원사라는 유명한 사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양산은 특별한 여행지였다.

양산은 그동안 참 많이 변화됐다. 처음 강의를 위해 양산에 왔던 1991년에는 도로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가면서 비싼 택시 요금을 냈고, 때론 자동차가 없어 트럭을 얻어 타기도 하고 카풀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다녔던 기억이 있다. 지하철이 양산역까지 오는 요즘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양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은 80년대 중반쯤 봄으로 더 거슬러 간다. 4월 5일 식목일 실험실에서 향기성분 분석에 사용할 진달래 채취를 위해 양산에 왔었다. 양산 어디쯤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 땐 진달래가 참 많았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양산의 봄기운을 느꼈던 것이다. 요즘도 봄이 오면 그 때를 추억하며 진달래가 피어 있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많던 진달래가 어디에 갔는지….

양산의 인물에 <고향의 봄>으로 잘 알려진 이원수 선생님이 계신다. 춘추공원에는 고향의 봄 노래비도 있다. 이번 겨울은 추위가 매섭다. 얼마 전 목련이 봉오리 맺는 것을 보고, 또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봄이 오는 것을 느꼈다. 올 봄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스며들어 있고 어릴 때 추억을 떠 올릴 수 있는 양산의 이원수 선생님의 노래비를 찾아가 봐야겠다.

늘 나의 명함이나 내 자신을 나타내는 수식어엔 양산이 따라 다닌다. 나 자신의 존재감은 양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나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때는 더욱….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자연스럽게 양산인이 됐던 것이다.

그런데 진정 나는 양산 사람인가?

난 지금껏 부산에서 살면서 양산인으로 살아왔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은 직장이 있는 양산이지만 나머지 개인적인 생활은 부산에서 이루어져 왔다. 퇴근하면 집이 있는 부산으로 이동하면서 취미생활, 모임, 병원, 쇼핑 등을 한다. 내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교육받고 살아왔던 곳이 부산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3달 전 양산으로 이사를 했다. 모두 잘 됐다고 한다. 직장이 가까워서 출ㆍ퇴근을 쉽게 할 수 있고 양산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직은 양산에 사는 것이 어색하다. 20년간 양산과 인연을 가지고 살았지만 낮 동안 잠시 머무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지난달부터는 양산주민편익시설에 수영강습 등록을 하였다. 양산의 시설을 이용하고 이웃들과 함께 운동을 한다는 것에서 양산인으로서 동질감을 느꼈다. 눈이 많이 내려 꼼짝할 수 없었던 어느 날 비로소 편안한 기분으로 양산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양산천을 따라 눈길을 걷고 양산타워에 올라갔다.

자동차로 지나가면 늘 웅장한 탑이 눈에 들어왔고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전망대에 올라간 순간 가까운 곳에 이렇게 전망 좋은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움과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많이 내린 눈으로 신발이 흠뻑 젖었고, 걷는 것에 지쳐가고 있었는데 그런 피로감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사방이 탁 트여 고층의 아파트도 눈 아래 보였다. 눈 아래의 전경과 산은 하얗게 덮인 눈으로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가슴이 뻥 뚫리며 상쾌하다. 왜 더 일찍 와 보지 않았던가? 타 지역에서 지인이 오면 먼저 이곳에 와서 양산 홍보관과 북카페를 돌아보며 함께 차를 마시고 싶다. 다음번엔 멋진 야경도 보기를 기대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양산천을 거닐어봐야겠다. 그리고 양산의 먹거리를 찾아다녀 보고 싶다. 유채꽃축제, 삽량축제, 국화축제에도 양산사람으로 즐기고 싶다.

아직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부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젠 볼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쉬는 곳은 양산이다. 몸과 마음이 조금씩 양산에 적응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역학하시는 분이 나의 사주가 바다 쪽보다 산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부산, 양산과 1년간 거주하였던 일본 도야마(富山)는 지명에 산(山)이 들어간다. 아무래도 산은 나와 인연이 있나보다.

함께 근무하였던 20년 지기의 동료가 양산을 떠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이 시작되기도 한다. 처음 지내는 양산에서의 겨울이 어느 때보다 춥다. 곧 새봄이 오겠지. 밝은 기분으로 양산에서 삶의 여행을 떠나도록 하자. 이곳에서 더욱 단단하게 발을 딛고 살아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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