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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문화가산책>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
오피니언

<문화가산책>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3/19 14:35 수정 2013.03.19 02:35



 
↑↑ 이지은
양산예총 부지회장
이지은무용단 대표
 
‘한국 춤’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 문화의 원형은 고이 간직하되 관객에게는 과거와 현재의 시공을 춤을 통하여 넘나들게 할 수는 없을까?

나는 이러한 자기 물음에 조금씩 답하는 마음으로 춤을 추고 무대에 임해왔다.

춤은 마치 흐르는 강물에 비유되기도 한다. 백두대간 깊은 골짜기에서 시작하여 우리네 삶을 굽이굽이 흘러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을 담고 그 무게만큼 묵직하게 흘러 깊고 넓은 대양(大洋)으로 나아간다.

강물은 제자리에서 늘 그대로 흐르는 듯 보이지만, 세상 어느 누구도 같은 강물에 발을 담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강물은 바다로 떠나기 전 강어귀 삼각주에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퇴적시켜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데 공존하는 그 나름의 풍요로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전통춤과 신무용, 그리고 민속춤은 각각 우리 춤의 큰 흐름을 만들었고, 지금 그 커다란 흐름과 줄기가 갈래갈래 만나 어우러진 무대가 바로 강어귀의 삼각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채로운 우리네 음악이 변주되고 서로 보듬어 강으로 흐르는 양, 그 물줄기를 따라 천천히 헤엄치며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과의 조우를 떠올리며 그렇게 우리들은 무대에 선다. 강물이 흘러 바다를 만나고 다시 비가 되어 첫 발원지(發源地)로 되돌아오는 그 긴 시간을 상상하며 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에 이르는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삶의 형식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한국 춤사위에 투영해 보고자 무대에 서듯, ‘낙동강’ 강물은 서로 흐르고 흘러 한 바다에서 만나지듯, 추는 사람과 관객들과의 인연의 경계를 허물고 움직임의 다양성과 대중성을 증진시켜 풍요로운 상상력을 더함은 물론, 우리 춤 문화의 성숙한 미래를 조망하기를 춤추는 한사람으로서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전 세계는 이른바 소리없는 문화전쟁 중이다. 경계를 나누던 거대한 산줄기와 유구한 강의 흐름은 더 이상 넘나들기 힘든 장애가 아니다. 이미 동서양 문화의 교류를 넘어 퓨전과 융합의 현장을 목도(目睹)하듯. 세계화 시대, 통섭의 의미로까지 확대 진행되는 가운데 문화적 원형은 해체되고 재구성되기를 반복한다.

한국적인 것은 대체 무엇인가? 그 화두를 새삼 고민하게 된다. 우리의 문화적 원형에 대한 천착은 깊어진다. 그리하여 전통의 현대적 수용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관객들에게 과거와 현재의 시간과 공간들을 한 무대에서 체험케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 명제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안무자를 움직이게 하는 동인(動因)이다.

여전히 계절의 순환은 현재진행형이다. 평생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헐벗은 몸으로 숨죽이고 깨끗한 언어들만 입에 올리기 위해 거짓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그렇게 오래도록 춤추며, 그 속에서 긴 시간은 순환의 모습으로 나타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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