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저녁, 중앙 지구대에는 어김없이 음주행패로 인한 신고전화가 울렸다. 한 음식점에서 걸려온 전화에 2명의 담당 경찰관이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술에 만취한 손님은 가게 안에서 고성을 지르며 주인과 다투고 있었다. 그러다 경찰관을 보자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계속 고성을 질러댔다. 경찰관이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만취자는 거칠게 저항했다. 주인은 술값 계산 문제로 난동을 피우다 경찰을 부르자 오히려 고성을 지르며 대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음주로 인한 시비, 폭행, 고성 등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양산경찰서(서장 이동환)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행패, 소란 2천13건, 음주 후 쓰러진 사람 1천354건 등 총 3천3백여건 음주 사고가 접수됐다. 양산경찰서에 최근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 사례를 요청하자 관계자는 매일 있는 일이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단순 시비에서부터 협박, 고성, 폭행에 이르기까지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중앙지구대 김현철 경위는 “주점이나 식당에서 술을 먹고 술값 시비가 붙는 경우가 많고 시장에서 상습적으로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많다”며 “사실상 신고전화의 65% 정도는 음주와 관련한 신고”라고 말했다.
일부 음주자들은 경찰서나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한다. 지난달 25일에는 한 술에 취한 남자가 중앙동주민센터에서 행패를 부리다 출동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사업에 떨어지거나 무단주차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술을 먹고 막무가내로 하소연하는 것이다.
김 경위는 “사회적으로 자신을 약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경찰서에 와서 자신은 보호를 못 받는다는 등의 하소연을 하면서 경찰에 대한 모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음주단속이나 형사입건 등 경찰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 또한 “술을 먹고 와서 민원인이나 직원들에게 자기가 신청한 사업에서 떨어졌다며 항의하거나 고함을 지르고 자신의 신세를 하소연 하는 경우가 있다”며 “민원 업무가 많은 시각에 막무가내로 항의할 때면 다소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의 피해도 이만저만 아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1, 남부동) 씨는 “편의점에 술을 먹고 와서 바닥에서 자거나 음식을 마음대로 먹고 돈을 지불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시비를 거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가 빈번하다보니 야간에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아무개(44, 북정동) 씨 또한 “얼마전 딸과 함께 집에 가는데 술에 만취한 사람이 바닥에 드러누워 고성을 질러대 무서워서 다른 길로 돌아갔다”며 “최근 음주로 인한 묻지마 폭행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이슈인데 나도 그 피해자가 될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특히 상습적으로 음주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경우 몇 번의 지도 조치 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바로 구속한다”며 “최근 주폭 등 음주로 인한 사회문제가 늘어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음주자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행동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