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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역리칼럼>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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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리칼럼> 봄날은 간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4/02 11:44 수정 2013.04.02 11:47



↑↑ 손병호
남강 역리연구원장
어느새 벚꽃이 소리도 없이 분분히 지고 있다. 가인과 같이 아름다운 몸을 훌훌 흩날린다. 젊어 한 시절은 봄날의 소중함을 몰랐다. 인생의 고갯길을 넘고 보니 ‘봄밤의 한 때가 천금과 같다’라는 당의 시인, 두보(杜甫)의 소회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서 그런지 연전에 계간 시 전문지의 조사에 의하면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1위가 ‘봄날은 간다’였다. 최근까지 여러 가수가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 불렀는데 가수들마다 목소리의 개성이 틀려 같은 노랫말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정서를 느낄 수가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백설희가 부른 오리지날이 역시 최고다. 개성을 절제하고 담담하게 부르는 그녀의 노래는 오히려 웬만해선 울리지 않는 감정선의 근간을 건드리며 인생 무상함을 가슴 저미게 느낄 수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대단하다. 바람에 휘날리는 연분홍 치마, 단 한줄로 봄과 스러지는 청춘에 대한 모든 설명이 일체 필요가 없어진다. 가사를 곱씹어 볼수록 절절한 심정이 된다. 꽃과 새를 따라 우는 심정은 자연과 일체가 된 사람만이 가지는 특권이다. 정이 없이 댓가만 오고가는 비정한 현대인들, 오직(汚職)과 탐욕에 눈 먼 자칭 이 땅의 특권층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경지다. 이들에게는 봄날의 아련하고 아득한 정서를 담보하는 연분홍 치마가 어쩌면 오직 은거된 별장에서의 비정상적인 쾌락행위나 성상납에 대한 엽색 이미지로 점철될 지도 모르겠다.

성상납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다. 화류계 떠도는 통설 하나.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꺼리는 직업별 대표적 진상 손님들이 있다. 의사, 교사, 검사다. 모두 존경이나 신망을 받는 직업이다. 그러나 이들 직업군에 대한 화류계측의 평가는 의외다. 대체로 요구사항은 집요하리만큼 많은 대신 댓가의 지불에는 철저하게 인색하다고 한다. 사실 전혀 근거 없는 말이다. 정확한 설문조사도 통계도 없이 시중에 떠도는 말이지만 거꾸로 이들 직업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역설의 검증판이기도 하다.

일반인들 가운데 색을 유독 밝히는 군상들이 있다. 물론, 음과 양이 서로 화합하는 성욕은 자연스런 것이다. 허나 인간사 모든 것이 지나치면 병이 되는 법, 색욕도 지나치면 일신을 망치고 가정을 파괴하게 된다. 성에 관한 집착이 강한 사람들의 사주상 특징이 있다. 대개 사주에 수기가 왕하고 재다신약(才多身弱)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주가 지지에 도화살까지 만발하여 서로 합충이 되면 영낙없이 여자관계가 복잡해지거나 호색하기 쉽다. 물론 도화살이 많다고 모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성이 풍부하고 이성에게 인기가 있다보니 그만큼 실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된다.

운명론적 측면에서 ‘사주팔자에 도화살이 끼어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바람끼가 잘 날이 없다’라는 하소연은 일견, 일리가 있는 듯 보이나 결국 변명에 불과하다. 자신이야말로 자기 마음의 주인이다. 주인이 딴 생각에 미쳐 마음을 비우니 도둑이 와서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저자거리의 필부도 그럴진데 검찰조직은 물어 무삼하다. 항간에서는 검찰이 아니라 성찰(性察)로 이름을 바꾸어 부르는 비아냥까지 있다. 진정성 어린 성찰이 없다면 봄날이 가듯 검찰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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