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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웅상지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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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웅상지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안창민 기자 ijcenter@ysnews.co.kr 입력 2013/04/16 09:01 수정 2013.04.16 09:01
장애인 기반시설, 단체 시청 소재지에 편중

교육ㆍ치료ㆍ문화활동 위해 원정 불가피




현재 양산시의 장애인 수는 1만2천명에 육박한다. 이 중 1/3이 웅상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단체나 복지시설은 대부분 시청 소재지에 있어 웅상지역 장애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이아무개(서창동) 씨는 매일 아침 자녀 등교를 위해 분주하다. 다른 아이들보다 오래 걸리는 준비시간 때문이다. 간혹 준비가 늦어 버스를 놓치는 날에는 할 수 없이 학교에 가지 못한다. 학교가 상북면에 위치해 있다 보니 직장에 다니는 이 씨로서는 아이를 데려다주기 힘든 여건이다.

언어장애와 자폐 증세를 보이고 있는 김아무개 군은 주 3회 울주군에서 수중치료와 음악치료를 받고 있다. 중증장애아동의 경우 무엇보다 치료가 우선이지만 주위에 장애인 전문치료시설이 마땅치 않아 김 군의 가족은 아예 치료가 가능한 지역으로 이사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학교는 멀고 치료받을 곳은 없고 ‘이중고’

웅상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의 교육과 치료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현재 112명의 장애아동이 있는 웅상지역에는 초등학교 6곳, 중ㆍ고등학교 2곳에서 특수학급을 따로 운영하고 있지만 장애 정도가 심한 아이는 특수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난 2011년 상북면에 희망학교가 개교하면서 웅상지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해 과거 울산이나 부산 등 타지로 ‘유학’을 다닐 때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기장군 해마을학교나 금정구 은애학교보다 거리가 멀어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희망학교 재학생 139명 중 웅상지역 학생수는 14명에 불과한 점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양산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관계자 역시 “거리가 멀다보니 타 지역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웅상지역 내 교육기관 부족 현상을 인정하고 있다.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다. 시내지역에는 소리나라언어발달치료센터와 양산시종합사회복지관 등 5곳에서 장애아동 전문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반면 웅상지역은 양산가정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하는 심리치료 외에는 물리치료나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전문장애치료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웅상종합사회복지관에서 수시로 전문 인력을 초청하고 있지만 1회성이다 보니 실제 치료에는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웅상종합사회복지관 박경훈 차장은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치료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하고 있지만 웅상지역은 마땅한 전문치료 시설이 없어 안타깝다”며 “대신 가까운 울산이나 부산지역 치료센터와 연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화공간 부족, 이동도 어려워
집안으로 내몰리는 장애인

교육과 치료라는 기본적인 복지도 어려운 이들에게 문화생활은 사치다. 문화생활은 고사하고 평소에 집 이외에는 갈 곳조차 없다.

유일하게 웅상종합사회복지관이 있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없고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있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다.

웅상종합사회복지관 김완규 관장은 “웅상은 장애인 기반시설이 부족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문화 복지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장애인 복지관이 남부동에 생긴다는 소식에 웅상지역 장애인들이 다소 섭섭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푸른양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성희 소장 역시 “장애인 관련 행사를 진행하려고 해도 웅상지역에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며 “이번에 준공한 명동 공원이 그나마 장애인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갈 곳이 생겨도 문제는 여전하다. 기본적인 이동권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탓이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장애인들은 인도로 다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휠체어로 인도에 진입할 때 턱이 높아 무리해서 올라가다 뒤로 넘어질 우려가 있다. 힘겹게 인도에 올라가더라도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인도가 좁은 것은 물론 정비가 잘 돼있지 않아 굴곡이 있거나 곳곳에 보도블록이 깨져 홈이 있는 등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장애인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인 교통약자콜택시 이용도 양산에 비해 웅상이 열악하다. 대기 장소가 종합운동장에만 있어 웅상지역 장애인들은 오랜 시간 기다리기 일쑤다.

김완규 관장은 “교통약자 콜택시 대기 장소가 시내지역에만 있어 웅상지역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웅상종합사회복지관을 대기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시에 건의 중”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 부족
낮은 장애인 인식이 ‘걸림돌’

김완규 관장은 시내지역에 비해 웅상이 장애인 기반이 부족한 이유를 장애인 관련 단체가 지역적으로 양극화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복지는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함께 움직여야하는데 시내지역에 비해 웅상지역은 장애인 단체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민간단체는 장애인 정책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장애인들이 활동하고 머무를 곳이 있다는 점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현재 웅상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 중인 장애인 관련 단체는 푸른양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유일하다. 반면 시내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장애인 관련 단체는 지체장애인협회, 장애인부모회 등 10여 곳에 달한다.
김성희 소장은 “웅상지역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보니 장애인들은 음지에 머물 수밖에 없고 장애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기반시설에 대한 인식 또한 저조해 갈수록 문제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김 소장은 장애인 시설을 웅상지역에 유치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재고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장애인들이 내 곁에 함께 산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장애인 관련 시설을 유치해 장애인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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