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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남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삽량문학, 이팝시 동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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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받은 그들의 고뇌를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며 지난 날 나를 반성한다.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서슴없이 혹평을 했고 이렇게 쓸 거면 쓰지 않는 편이 낫겠다며 쉽게 내뱉은 말을 죄다 거둬들이고 싶다. 짧은 시 한편이 완성되기까지의 고충을 절감하면서 거듭 나를 반성한다. 동병상련이 빛 못 보고 세상을 떠도는 무명 시인의 시마저 허투루 대할 수가 없게 한다.
시인은 잠을 줄이는 등 많은 것을 반납하고 시를 생산한다. 시에 대해 청맹과니였던 나는 시인을 꿈꾸면서부터 자세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보이지 않던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보인다고 다 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을 표현하기가 오히려 어려웠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글로 옮겨놓는다 해서 다 시라 할 수 없다. 말하지 않고 말하는 법이 서툴러 매일 습작시의 행간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절망하고 다시 꿈꿨다. 시를 찾아 헤매다보면 어느 날 혹한을 견디고 피어난 홍매화처럼 시가 왔다. 나약하고 못난 나를 시가 매일 일으켜 세웠다.
봄 산에 고사리를 캐러 간 적 있다. 앞사람이 샅샅이 훑어갔음에도 뒷사람이 또 고사리를 발견했다. 햇빛의 각도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솜털 보송한 고사리가 누구 눈에는 보이고 누구 눈에는 보이지 않은 것이다. 시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경험이 외적세계와 만날 때 나타나는 반응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흘러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 당면한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 남다른 관찰력에 따라 작품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러므로 시 속에 감춰놓는 그림이 시인마다 각각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개성을 위장한 개인 중심적 애매모호한 시류나 억지스런 난해한 문장은 읽는 이를 혼란스럽고 막막하게 할 뿐이다.
좋은 시의 한계는 여기다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시란 일부 심사위원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마음을 통과한 시가 좋은 시라고 할 수 있겠다. 어두운 곳은 환히 밝히고 밝은 곳은 더 밝게 아름다운 곳은 더 아름답게 하는 시라면 시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좋은 시는 시인 자신은 물론 지치고 힘든 다른 이의 삶을 치유하는데 몫을 해야 한다. 독자가 읽고 행복하면 시인도 행복하다.
시 쓰기는 중독성이 강하다. 창작의 고통이 고되고 버거워도 놓으려 하지 않는 걸 보면 즐거운 놀이임에 분명하다. 지상의 만물이 시적대상이므로 놀이의 대상이다. 좋은 시인이 되기 위해 즐거이 놀이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시는 행복해서 쓰고 행복해서 읽는다. 시는 시인만 쓰는 것이 아니다. 멋진 풍경을 보거나 감동적인 장면을 볼 때 누구나 마음에다 시를 쓰지 않는가. 아름다운 마음에 시를 써놓고 문득 문득 꺼내 보도록 하자.
봄의 감정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우물쭈물 하다 놓쳐버린다. 봄에게 천천히 가라고 터무니없는 간섭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봄은 제 길을 간다. 짧은 시 한 편 소개해 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나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