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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재용 해산한의원 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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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로서, 얼어붙어 있던 대지를 뚫고 새싹이 돋아나듯 우리 인체의 대사작용도 왕성해지기 시작한다. 봄이 되어 기온이 상승하면 겨울동안 긴장되고 위축되었던 체표의 말초혈관이 서서히 확장되어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에너지 소모량도 많아지는데, 영양섭취는 겨울과 비슷하므로 뇌나 전신의 근육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부족해지고 이러한 피로가 누적됨으로써 춘곤증이 발생̶̶한다.
‘황제내경소문(皇帝內徑素問)’의 ‘생기통천론(生氣通天論)’에서 ‘겨울철에 건강에 유의하지 않으면 봄에 반드시 각종 질환에 걸리게 된다(冬傷于寒, 春必溫病, 동상어한 춘필온병)’고 한 것처럼 봄철의 건강은 이미 겨울부터 준비되어지는 것이다. 춘곤증과 관련이 깊은 장기는 오장육부 중 심장과 간장인데 이들의 기능저하는 ‘신기능계’의 영향을 받아 야기된다.
이때의 ‘신기능계’란 뇌하수체-부신피질 작용을 포괄하는 신양(腎陽)과 체내 수분대사 작용을 포괄하는 신음(腎陰)을 뜻한다. 그러니까 신양과 신음을 겨울 동안 잘 유지하지 못하면 심장과 간장의 왕성한 기능이 절실히 필요한 봄철에 이를 충족시킬 수 없어서 춘곤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누워있지만 말고 산이나 물가로 나가 맑고 신선한 공기를 자주 마시는 한편, 적절한 운동을 통하여 체력을 단련시키고 심폐의 기능을 강화시켜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동시에 소화가 잘 되는 담백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봄철에 나는 냉이, 쑥, 두릅, 씀바귀, 미나리 등은 대사활동에 필수적인 비타민이 풍부할 뿐 아니라 입맛 회복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벼운 춘곤증의 경우는 생활관리 만으로도 쉽게 해소할 수 있지만 정도가 심한 피로가 잘 회복되지 않고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춘곤증 치료처방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소아의 경우 ‘소건중탕’, 소화기 계통이 약한 성인은 ‘보중익기탕’, 정신 신경계가 약한 분은 ‘귀비탕’이 많이 쓰인다.
봄철의 건강은 또 다음 계절의 건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원인을 찾아내 바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 질병의 시작단계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 피로인 만큼, 한 해의 시작인 봄철에 제대로 건강을 지키지 않으면 일년 내내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으로 봄철에 보약을 복용함으로써 한 해의 건강을 유지하는 지혜를 발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