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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희 인공지능학 박사 영산대학교 대외교류처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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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서 웹페이지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과거 페이지가 차례로 넘어가는 문서를 디자인하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웹페이지는 문서 중간에 다른 페이지로 뛰어 넘어가게 하는 하이퍼 링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심미성과 함께 다양한 요구를 가진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어가게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된 것이다.
많은 페이지를 가진 복잡한 웹사이트는 하나의 건축물적 구조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의 페이지에서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을 한 건축물의 경우에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가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건축물에 있어서 사용자의 동선을 효과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우수한 건축 디자인의 필수적인 요소라면, 웹 사이트 디자인에서는 사용자가 웹사이트의 전체적 구조를 쉽게 파악하고 목표하는 페이지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각적 심미성에 앞서서 기능적인 측면의 디자인이 중요한 대목이다. 사용자가 전체 웹 사이트 중에서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 것이 요구되는지, 다른 페이지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이 분명해야 하며 이들은 웹 사이트를 디자인하는 전문가들이 대단히 심사숙고해야 할 일인 것이다.
스마트폰은 비교적 근래에 우리에게 주어진 비교적 새로운 장치이자 미디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전화를 걸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게임도 한다. 어플리케이션 또는 앱, 즉 스마트폰에서 실행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이 무한 변신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디자인의 영역에서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경험디자인이 점점 중요해져 왔다. 경험디자인에 있어서 디자이너가 수행하는 디자인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가지게 될 총체적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뜻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외관 상 아무리 잘 디자인되어도 사용자의 경험이 만족스럽고 유쾌하고 아름다워야 좋은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사실 원래 디자인은 그래야 한다. 과거에 그리 복잡하지 않은 제품을 디자인할 때에는 시각적 심미성이 매우 두드러지므로 디자인은 시각적 심미성에 초점을 맞추기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도구나 미디어는 상당히 복잡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아주 빈번하고 진한 상호작용을 한다. 수많은 버튼이나 그림을 조작해 정보를 입력하고 많은 양의 정보를 받는다. 기기와 사용자 간에 주고받는 것이 많은 것이다.
사용자가 하나의 제품을 사용하며 얻는 경험이 훌륭하기 위해 필요한 디자인은 종래의 디자인 방법론을 훌쩍 뛰어 넘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의 융합을 필요로 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더욱 깊은 예술적 안목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흔히 사이버 가상공간이라 한다. 예를 들어 하이퍼 링크를 따라서 웹페이지들을 연결하여 위에서 내려다본다고 가정한다면 정보 덩어리들이 구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공간적 모습을 연상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 이런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상공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모니터로 실제 보고 있는 화면은 실제의 모습이다. 가상공간은 사용자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이렇게 사용자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림은 사용자 경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즉, 현대의 디자이너는 이렇듯 제품과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전제로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관련된 요소들을 연결하고 기능을 편리하게 꾸미며 나아가서 어떤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이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인지를 깊이 파악해야 한다.
20세기 초 예술의 흐름을 바꿔놓았던 모더니즘의 거목 마르셀 뒤샹은 “관객이 예술 작품을 완성한다”라고 했다. 작품을 접한 관객의 심미적 경험이 예술작품의 일부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니 사람마다 새로운 작품이 하나씩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경험디자인은 묘하게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디자이너는 제품이나 서비스만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을 포함하여 총체적인 디자인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 경험디자인은 중요해 졌다. 새로운 미디어가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기대 수준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 따라 기업이 확보해야 할 디자인 역량과 경영의 방식에는 변화의 요구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하나의 기업도 제품과 같이 디자인되고 기업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험까지를 함께 총체적으로 디자인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기업을 구성하는 인재는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할까? 그리고 그러한 인재를 교육기관에서는 어떻게 양성해야 할까? 현대의 디자인 상황은 많은 면에서 사고의 전환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