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경찰 지나갔다”
망을 보던 아이가 친구들에게 알렸다. 4명의 학생은 비닐봉지에서 맥주와 담배를 꺼낸다.
청소년회관이 위치해 있고, 청소년문화존이 열리는 양주공원이 오히려 청소년 우범지대로 전락해 인근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근 양주초등학교는 아이들의 하굣길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7일 오후 5시, 중학생으로 보이는 6명이 무리를 지어 양주공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화장실 창문으로 담배연기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어른 2명이 화장실로 들어가자 짜증 섞인 얼굴을 한 아이들이 몰려나왔다.
화장실에서 나온 정아무개(57, 양주동) 씨는 “양주공원으로 산책을 자주 오는 편인데 화장실에 올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이나 화장실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목격한다”며 “아이들에게 담배를 끄라고 다그치면 그제야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담배를 바닥에 던져놓고 나간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8일 오후 4시, 교복을 입은 여학생 2명이 화장실로 향했다. 당시 공원에는 경찰 순찰차량과 아동안전지킴이 2명이 순찰 중이었다. 아동안전지킴이 1명이 뒤따라 들어가 담배를 끄라고 타일렀지만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아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다 핀 뒤에야 나왔다.
양주공원이 밤마다 학생들이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애정행각을 벌이는 등 탈선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청소년회관 후문에 위치한 화장실은 청소년 흡연장소가 된 지 오래다.
주민 진아무개 씨는 “낮에는 벤치에서 애정행각을 벌이거나 담배를 피우고, 저녁에는 술을 먹고 떠드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 몇 번 다그쳤더니 창문에 돌을 던지는 등 보복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진 씨는 “양주공원이 원도심과 신도시 중심에 있다 보니 학생들이 접근하기 쉬워 특히 자주 모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주초등학교에서 등ㆍ하교하는 아이들에게 이곳은 오히려 피해 다녀야 할 지역이다. 실제 아이들 하교 시간에 정문 바로 앞에 위치한 양주공원에는 초등학생들이 한명도 없었지만 다소 떨어진 자연유치원옆 양주어린이공원엔 많은 학생들이 놀고 있었다.
최아무개(12) 학생은 “실제로 돈을 뺏긴 적은 없지만 소문은 들어본 적 있다”며 “불량스러워 보이는 형들이 많아 양주공원 근처에서는 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실효성 없는 순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아동안전지킴이 2명이 신도시를 중심으로 순찰을 돌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야간 순찰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아동안전지킴이들은 실질적인 계도나 처벌 권한이 없어 아이들마저 무시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주파출소 관계자는 “요즘 청소년들이 예전과 달라 지도 요원들이 타일러도 무시하거나 오히려 대드는 경우가 많아 계도에 어려운 점이 있다”며 “파출소에서도 매 시간 순찰을 돌고 있으며 오후 9시에는 양주동자율방범대도 순찰에 동참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의 탈선 행위를 목격하면 곧바로 경찰에 알려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