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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양산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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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이(가명)는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 형과 살았다. 아버지가 일을 간다고 집을 며칠씩 비우면 초등학생 형과 둘이서만 지내야 하기도 했다.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동생도 돌봐야 하는 초등학생 형은 게임에도 빠지게 하고, 필요한 것이 있을 때면 더 어린 동생에게 물건을 훔치게 하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서 못 갚게 되는 경우가 늘게 돼 삥 뜯기가 되면서 점점 기피 대상이 됐다.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고 판단해 CYS-Net(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으로 연계가 됐다.
담임교사와 의논하며 상담을 하는 한편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해 주자고 아버지를 설득하고 경고도 해봤지만 말뿐이고 행동으로 개선되는 것이 없었다. 할머니가 계시는 곳으로 형과 함께 전학을 갔다가 민석이만 다시 전학을 오게 되고, 잠시 주춤하던 상황은 중학생이 되면서 더욱 악화됐다. 경찰과 만나야 하는 날들이 늘어가고, 친구들에게는 두려운 존재가 돼 가던 중 급기야 강제구금을 받게 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인데…. 이런 경우 민석이에게 그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부모의 처신과 역량에 문제가 있지만 아버지와 그 가족들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였던가 싶다.
빛이 강하면 그 그림자도 짙다. 네 탓 내 탓 할 것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모여서 촘촘하게 안전망을 짜야 한다. 삶의 방식과 환경이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고 개인의 특성도 변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은 세상은 독불장군처럼 혼자 사는 것이 아니며 십시일반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학교, 경찰, 지역주민, 센터에서도 노력했지만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재판을 돕고, 형이 확정되고 보호처분을 받는 동안 면회를 가서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고, 아버지 역시 지금과는 다른 양육방식을 준비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시 학교로 돌아올 때를 대비하여 선생님과 친구들도 치유과정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서로에게 재도전할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덕분에 온 마을이 들썩거리게 됐으면 싶다.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있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이다. 그래서 행복하고 안전한 가정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가정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다.
청소년에게서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지금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소위 꼴통처럼 보이는 그들도 좌충우돌하면서 계속 성장하고 또 변화한다.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청소년기에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을 품어주고 기다려주는 어른이 많다고 느끼게 해 줄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그들은 멋진 어른으로 우리 앞에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