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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핵무기, 이것은 막장 드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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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핵무기, 이것은 막장 드라마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4/23 11:28 수정 2013.04.23 11:28



↑↑ 최민경
영산대학교 인도비즈니스학과 교수
지금은 작고한 미국의 천재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정치 풍자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의 마지막 장면에는 ‘운명의 날 장치’가 결국에는 작동되어 대량의 핵폭탄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 속의 핵폭탄은 실제로 이루어졌던 핵실험 촬영 자료들을 편집한 것으로 세계 종말이 왔는데 천연덕스럽게 ‘우리 다시 만나요(We'll Meet Again)’라는 노래와 함께 아름다운 버섯구름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웃을 수 있겠지만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종일 시끄러운 요즘이다. 수업 시간에 인도 핵무기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물어 보았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다수가 보유하고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북한과 계속되는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데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젊은 친구들의 긍정 에너지가 퍼져나가 바람대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북한은 왜 이렇게도 핵에 집착하는 것일까? 다만 북한만이 아니다. 중국, 인도 그리고 파키스탄, 대체 왜 아시아는 핵 부자가 됐을까?

1964년 중국이 처음 핵실험을 했을 때 인도는 긴장했다. 안 그래도 2년 전 중국과의 국경분쟁에서 패해 비동맹 자주 노선까지 버리고 서방의 원조를 받아 겨우 중국군을 물리 칠 수 있었던 아픔이 있었던 터였다.

인도의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1947년 인도의 독립 이전부터 인도의 인재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 비밀리의 원자력 연구자를 키우고 있었고 중국의 핵실험과 국경분쟁에서의 패전은 인도의 핵무기 개발에 큰 자극제가 됐다.

대다수의 인도 국민들도 핵무기 개발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오랜 영국 식민 통치가 가져다 준 치욕감과 열등감은 우리도 핵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힘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과시하고 싶지 않았을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에서 핵무기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무기처럼 보인다. 

인도는 1974년 인도서부 라자스탄 주 타르사막지대에 있는 포크란에서 첫 핵실험에 성공했다. 인도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폭파 실험으로써 평화로운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첫 핵실험이 성공한 이날은 석가탄신일(Buddha Purnima)이었고 핵실험 코드명도 ‘Smiling Buddha’ 즉 미소 짓는 부처였다.

파키스탄이 인도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만무할 터였다.

인도와의 1965년 카슈미르 전쟁과 1972년에 일어난 방글라데시 전쟁에서 패한 파키스탄은 인도의 핵실험으로 인해 더욱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줄피카르 알리 부토는 1973년 과학자들을 소집해 핵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북한에게 우라늄 농축 기술을 건네주었다고 알려져 있는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은 산업 스파이까지 하면서 부토를 전적으로 도왔다.

부토는 비록 1977년 육군 참모총장 모하메드 지아울하크 장군이 이끄는 쿠데타로 실각해서 1979년 4월 교수형을 당했다. 미국의 핵개발 제재 속에서 자신은 핵 개발을 하려 했기 때문에 죽음을 당하는 것이라 부토는 주장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지만 파키스탄의 핵개발은 멈추지 않았다. 1998년 파키스탄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핵실험을 할 수가 있었다.

그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은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개발 중이다.

더구나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 인도와 첨단핵기술협력협정을 체결하면서 은근슬쩍 인도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도 인도처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팽팽한 냉전 시대를 지나 중국으로부터 인도, 파키스탄, 북한 그리고 이란…. 핵의 도미노 현상은 아시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계속 일어나고 있다. 도미노가 끝나는 날은 언제일까.

우리는 핵무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비핵화를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도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어느 한 구석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인도의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신을 믿는다면, 신이 창조한 이 세상을 파괴시켜버릴 힘을 지닌 핵무기는 당신의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라 생각하고, 당신이 신을 믿지 않는다면, 어느 날 오후에 사라져버릴 46억 나이를 가진 우리의 지구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누구나 절대반지를 가지고 싶은 것일까. 핵에 대한 애증은 계속된다. 마치 막장 드라마 같다. 그러나 드라마가 아니다. 이것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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