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굿바이 웅상! 헬로우 물금!..
오피니언

[교단일기] 굿바이 웅상! 헬로우 물금!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5/14 11:52 수정 2013.05.14 11:52



↑↑ 황명훈
물금고등학교 교사
교직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오다가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뒤늦게 교직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임용시험 합격의 설렘도 잠시, 신규교사 연수를 받고 양산으로 발령이 나고 첫 담임을 맡고 그리고 오랜 연애를 하고 있었던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고…. 교사생활 첫해는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러던 시간은 흘러 어느덧 교직생활 10년째. 다행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가르치는 교사라는 직업이 나와 썩 잘 맞았고(기대 이상으로!), 그래서 평생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교직은 때 묻지 않은, 그래서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그것의 분량이 아무리 적을지라도) 아이들과 서로 몸과 마음을 부대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 어떤 장점보다 나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또한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 같은 상태의 아이들에게 미래의 모습을 함께 스케치하고 그네들만의 색깔을 입히는 과정은 삶의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시간이 흐르면서 교직의 단점들도 하나 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중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정기적인 이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동안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아이들을 졸업과 함께 떠나보낼 때, 혹은 내가 학교를 이동하면서 떠나야할 때…. 이처럼 교직은 이별을 습관화해야 하는 슬픈 운명 또한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머물렀던, 그래서 너무너무 깊은 정이 들어버렸던 웅상고등학교를 올 2월에 떠나야했다. 학교를 새로 옮기고도 한동안은 웅상고에 대한 추억 때문에 적응이 힘들었다. 특히, 두고 온 아이들의 얼굴들이 매일매일 떠올랐다. 많이 보고 싶었다. 최고반장 임채현, 전교 1등 배유진, 눈이 맑은 이신혜, 애기 피부 성혜리, 슈퍼모델 김현아, 지각쟁이 배경화…. 하지만 마냥 붙들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이젠 놓아야 한다. 새로 옮긴 이곳 물금고등학교에도 임채현, 배유진, 이신혜, 성혜리, 김현아, 배경화가 있기에. 이제는 이 새로운 얼굴들과 친해지고 이들과 정을 쌓아가는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함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다시 봄이다. 창밖으로는 온통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5월의 푸르름이 오감을 자극한다. 운동장 주변 어깨동무를 하듯 초록의 싱싱한 참나무들이 무성한 이파리들을 자랑하며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이 아름다운 오후의 한 때. 참지 못하고 그 그늘 밑 벤치에 앉아 함민복을 읽는다. 활자들 사이로 봄 아지랑이 모락모락 춘곤증을 불러올 때 한껏 기지개를 펴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래, 다시 봄이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자. 굿바이 웅상! 헬로우 물금!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