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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임 양산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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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양산을 잘 이해하고 친근해지기 위해 양산의 문화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가끔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어떤 공연이 있는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곤 한다. 그러나 예정된 문화행사나 공연이 많지 않아 실망할 때가 있다. 그런 가운데 요즘 제법 볼만한 공연이 있어 기분이 좋다. 4월 말에 양산시민신문 주최의 공연인 ‘추억에 美치다’는 열기가 뜨거웠다. 요즘의 인기 있는 아이돌은 아니지만 80∼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이 익숙한 가요로 열창하는 모습에 양산의 아줌마들은 열광을 한다. 여기에 통기타를 들고 무대에 섰던 양산 시장님의 노래실력은 공연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관객들의 반응에 더욱 힘을 얻는다. 이날 무대에 섰던 가수들은 한결같이 양산시민들의 문화 수준이 높다고 했다. 또 ‘더 클래식 경남!’이란 타이틀로 개최된 음악회는 우리나라 유명 성악가와 바이올린 연주가의 공연 덕분인지 어버이날임에도 불구하고 관람석을 꽉 메운 관중들이 진지하게 클래식 음악을 감상했다.
지난달 내가 소속된 부산색소폰합주단이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했다. 주민편익시설과 대학교 등에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친구들에게 카카오톡도 보내 공연을 소개했다. 비록 단체이지만 나의 첫 공연이고 더구나 양산문화예술회관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의미 있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드디어 공연하던 날! 계속 맑았던 날씨가 아침부터 흐리더니 비가 쏟아진다. 색소폰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고 연주하는 사람이 많아도 30∼40명이 한꺼번에 연주하는 합주단은 드물기 때문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공연시간이 다가와도 객석은 차지 않는다. 조바심이 나서 무대 뒤에서 자꾸 관람석으로 눈길이 간다. 친구들의 문자가 온다. ‘비도 오고, 다른 일이 생겼으며 멀어서 갈 수가 없다.’ 하면서…. 답답해하는 단원들이 학생들을 동원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비록 관람객은 적었지만 공연장에 와서 열심히 들어주고 박수쳐 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서 우린 열심히 연주했으며, 동원되지 않고 스스로 공연장을 찾아온 관객들이야말로 진정한 양산의 문화인으로 여겨졌다.
타지에서 살다가 양산으로 이사 온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양산은 공기 좋고, 공원 많고 교통이 편리하고 해서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한다. 한편 다른 지역에 비해 아이들이 이용할 도서관이 근처에 없고 문화 수준도 많이 낮다고도 한다. 언젠가 양산미협의 화가들이 작품전시를 했던 양산문화예술회관에 갔더니 관람객은 없고 작품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대중들에게 인기가 없는 예술은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요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스마트TV로 원하는 영화나 공연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중년층 이상은 이런 기계가 주는 편리함에 익숙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공연장에서 주는 감동이 기계를 통해서 제대로 느껴질 수도 없을 것이다. 양산에서 최근 좋은 공연과 문화행사가 자주 열리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양산문화예술회관과 같은 좋은 시설을 시민들을 위해 더 많이 활용하고 개방하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문화수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매달 다른 테마로 잔잔하고 감동을 주는 영화나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각종 공연이 개최되듯 이젠 양산에도 내가 원할 때 가서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가 더 많으면 좋겠다.
2006년부터 문화관광부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문화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아시아문화의 상호 교류와 연구ㆍ창조ㆍ활용을 촉진해 국가균형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요즘 국내의 지방자치정부 가운데 문화도시를 지향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덕분에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를 통한 즐길 거리가 많아져 삶이 풍요로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양산은 통도사, 내원사 등 유명사찰이 있는 역사적인 지역이다. 유물전시관도 얼마 전에 개관했다. 매화꽃축제, 유채꽃축제, 삽량문화축제, 국화꽃축제 등 굵직한 축제들도 개최돼 시민들의 참여도 높다.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장도 많다. 주민편익시설에서는 헬스, 요가, 수영 등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먹거리도 많아 어느 식당으로 가야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노란 유채꽃이 피어 있는 양산천은 산책하고 운동하기 얼마나 좋은가! 양산은 과거의 역사와 문화, 현재의 변화가 공존하는 활기찬 도시이다. 이런 움직임이 약간은 시끄럽고 자극적이며 충동적이란 느낌이 들 때가 있지만 인간적이며 살아가는 재미도 느껴진다. 여기에 조금 더 세련되고 여유롭고 내면의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성숙한 문화도 기대해 본다. 진정한 문화도시는 시민들의 생활이 곧 문화가 되는 도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