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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언양 자수정동굴 입구에서부터 제7기 양산등산교실(교장 홍순경)의 첫 번째 실전체험이 시작됐다. 아침 9시에 모인 16명의 수강생들과 11명의 강사들 사이에서 기자 또한 제7기 일원으로 앞으로 펼쳐질 여러 모험에 설레는 한편 걱정이 앞섰다.
산을 오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다 5년 전 친구들과 지리산 2박3일 종주 때 큰 코 다친 터라 당시 ‘손자가 업고 오르지 않는 이상 다시는 산을 오르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했었다.
30분간 준비운동을 거쳐 주의사항을 숙지한 뒤 드디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 교육은 ‘신불산 신불릿지’로 언양 자수정동굴 입구에서 릿지 교육장 초입까지 산행을 한 뒤 릿지 등반을 하고 신불산 공룡능선을 타고 하산하는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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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휴대폰 시계만 보며 끙끙대며 산을 오르던 와중 강사의 ‘1분 휴식’ 소리가 어쩜 그리 반가운지. 그러나 강사는 우리를 그냥 쉬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모처럼 휴식에 바위에 걸터앉자마자 강사의 ‘양산 깡다구 3초’ 소리에 자리에 벌떡 일어나 함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함성이야’ 생각했지만 함성을 지르는 일명 ‘양산 깡다구’는 할 때마다 없던 깡다구도 생기는 묘한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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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생들은 등산 노래와 양산 깡다구로 기합을 넣은 뒤 차례로 로프에 몸을 매달고 두 팔 두 다리로 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성 교육생들도 처음에는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엉덩이가 무거워서 힘들 것 같다’고 엄살을 피우더니 막상 벽에 손을 집기 무섭게 척척 암벽을 올랐다.
드디어 내 차례. 생애 첫 암벽등반에 나도 모르게 손이 파르르 떨렸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설렘의 떨림이었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출발’을 외친 뒤 암벽에 손을 올렸다. 교육생들 중에 젊은 피에 속하는 만큼 날쌔게 암벽을 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을까.
너무 서두르다 발이 한번 미끄러졌다.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위, 아래에서 서둘지 말고 집중하라고 외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차분히 강사가 지시하는 곳에 손과 다리를 옮겼다. 중간쯤 지나자 먼저 올라간 동기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동기야 힘내라” 그렇게 겁 없던 20대 초보 등산가는 무사히 첫 암벽 정복에 성공했다.
첫 번째 암벽타기에 성공한 교육생들은 거침이 없었다. 이후 진행된 2번째, 3번째 암벽을 탈 때에는 고개를 돌려 경치를 감상하기도 했다.
암벽을 타고 정상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일이라니, 영화에서만 보던 일을 실제로 겪고 나니 왜 사람들이 벽을 타고 산을 오르는지 마음으로 공감되기 시작했다. 손자에게 업혀 산을 오를게 아니라 손자를 업고 산을 올라보는건 어떨까 생각까지 했다.
교육을 마친 동기생들이 능선을 따라 하산하며 암벽타기에 대한 소회나 다음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비단 나만 가진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 주말엔 실전 암벽등산 ‘백운 슬랩’이 예정돼 있다. 오늘 느낀 ‘손맛’을 그때까지 고이 간직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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