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진드기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야생 진드기가 옮기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 사례가 두번째로 확인됐다. 또 24일엔 야생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의심 추가 사망자가 나왔다. 시간이 갈수록 전국적으로 의심환자 발생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번 사태가 야생 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야생 진드기 공포 원인은 무엇인가ⓒ
진드기는 종류에 따라 크기나 형태가 각기 다르고, 몸길이가 1cm 이상이 되는 것부터 0.1mm 이하의 작은 것도 있다. 특히 진드기는 한 번 숙주에 달라붙으면 강력 본드로 붙인 것처럼 피부에 몸의 일부를 박고 오랫동안 피를 빠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병원체를 전파한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작은소참진드기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SFTS를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 전역에서 5월부터 8월사이에 왕성하게 활동하며 다른 진드기와 달리 산과 들에서 활동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진드기는 한 번 숙주에 달라붙으면 마치 본드로 붙인 것처럼 피부를 뚫고 들어가 기생하면서 오랫동안 피를 빠는데, 이 과정에서 SFTS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외부활동 후 고열과 설사… SFTS 의심해야
SFTS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의 잠복기 이후 열이 나거나 근육통을 앓고, 이후 설사가 나거나 심할 경우 의식이 떨어지는 뇌 증상을 보이다가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문제는 현재까지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 제제 등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SFTS가 의심되는 환자가 병원을 찾더라도 증상에 따라 대증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호흡부전이 나타나면 호흡기를 부착하고, 혈소판 감소증이 보이면 혈소판을 투여하는 식이다.
SFTS 어디까지 왔나ⓒ
현재까지 진드기로 인한 피해 사례는 중국이 가장 많다. 중국은 2천47명의 환자를 확진했고, 이 중 129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음은 일본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15명이 확진판결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8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2명 확진에 2명 모두 사망했다. SFTS 감염에 의한 사망 확진을 받은 사례는 지난해 8월 강원도 춘천에서 숨진 박아무개(63, 여) 씨가 처음이다. 보건당국은 박 씨 사망 뒤 9개월 만인 지난 21일 SFTS 확진 판정을 내렸다. 이어 이틀 후인 지난 23일 보건당국은 16일에 제주도에서 숨진 강아무개(73) 씨도 SFTS에 의한 사망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루가 지난 24일에는 부산에서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였던 이아무개(69) 씨가 양산부산대학병원서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으로 숨졌다.
부산 진드기가 각종 포털 검색 순위에 오르는 와중에 하루만인 25일에는 광주에서 의심 사례가 터져 나왔다.
춘천 강원대병원에는 산나물을 캐고 난 뒤 이상 증세를 보인 50대 여성과 밭일을 하던 70대 남성도 각각 SFTS 의심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 중이다.
이외에도 지금까지 SFTS 의심 신고가 보고된 곳은 강원도와 제주ㆍ부산ㆍ광주ㆍ대구ㆍ전북ㆍ충남ㆍ충북 등 모두 8곳으로 30여명이 의심증세를 보이고 있다.
진드기 이렇게 대처하자
애초에 진드기에 물리지만 않으면 공포에서 해방이다. 즉, 예방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4일 예방수칙을 발표했다.
농림부가 발표한 예방수칙은 ▶농작업 중에는 긴 옷 착용 ▶작업 시 토시와 장화 착용 ▶풀밭 위에 직접 옷을 벗어 놓고 눕지 말 것 ▶작업이나 야외활동 후 즉시 목욕 등이다.
해충기피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피제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있어 약국이나 대형마트, 일반 슈퍼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일부 기피제 성분은 어린이나 호흡기질환자에게 두통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용법을 잘 지켜 사용해야 한다. 기피제를 사용하고 귀가한 후에는 피부를 비누와 물로 깨끗이 씻고 의류도 세척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의료인이 전화로 증상 및 대처방법을 알려주는 ‘SFTS 전담상황실(043-719-7086)’을 개설해 23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질병관리본부 소속 역학조사관 2명이 상주해 휴일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한편 시는 방역업무를 강화하는 한편 해충기피제 보급과 진드기 주의에 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다행히 시 보건당국은 지난해 11월 쯔쯔가무시가 유행하면서 해충기피제 9천5백개를 확보해 각 읍ㆍ면ㆍ동 지역에 배포한 바 있으며 보건당국은 당시 배포한 해충기피제 대부분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충기피제를 수령하고자 하는 시민은 거주 지역 읍ㆍ면사무소나 동주민센터를 방문하고 등산 산악회 등 단체는 보건소를 찾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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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진드기 오해와 진실>
물리면 죽는다?
중국에서 SFTS 바이러스가 발견된 후 살인 진드기의 치사율이 30%라는 보고가 나왔다. 일본은 현재까지 15명 중 8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50%를 웃돈다. ‘살인’ 진드기라는 별명이 붙을 법한 치명적인 수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발견 초기의 착시현상으로 치사율이 과장됐다고 말한다.
작은소참진드기가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확률은 0.5%다. 이 바이러스에 걸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도 치사율은 6%(중국 통계 기준) 수준이다. 일본에선 15명 중 8명(53%)이 사망했지만 중국도 지난 2011년 감염자 경과를 발표할 당시 18명의 사망자가 있었으며 치사율을 12%에서 30% 정도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진 뒤 2천47명의 환자를 확진했고 이 중 12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근거해 단순하게 진드기에 물려서 사망할 확률을 계산해보면 0.03%(0.5%×6%) 정도다.
치료제가 없어 치료를 못한다?
이번 공포의 원인 중 하나는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이다. 당분간 치료제가 개발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가 없다는 말이 치료를 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바이러스를 죽일 수는 없지만 감염으로 인한 증상에 따른 대처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감기처럼 감염병은 스스로 낫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면 완치율은 상당히 높아진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바이러스를 죽일 수는 없지만 감염으로 혈소판이 떨어지면 혈소판을 투여하고 호흡부전이 오면 인공호흡기를 달아서 치료를 한다”며 “이런 중환자 치료가 결과를 바꿔놓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