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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지도와 나침반 하나면 나도 ‘개척자’..
문화

지도와 나침반 하나면 나도 ‘개척자’

안창민 기자 ijcenter@ysnews.co.kr 입력 2013/06/11 10:25 수정 2013.06.11 10:25
제7기 양산등산교실 3주차 독도법 실전체험



“현재 위치에서 먼저 방위각을 100도로 맞추고 5보 이동하시고요. 다음은 190도로 5보 이동하세요. 다 이동하셨으면 280도로 5보, 10도로 5보 가보세요”

독도법(讀圖法) 강의를 맡은 김태훈 강사의 지시에 따라 양산등산교실 7기 교육생들은 나침반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처음 나침반을 가지고 길을 찾는 과정이 꽤나 어려운 모양이다. 어제까지 독도법에 대한 이론 수업을 들었지만 막상 실전에 임하려니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막 초등학교를 입학한 어린아이들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이 떠올랐다.

교육생들은 본격적인 수업 시작 전까지 저마다 전날 받은 지도를 들고 나침반을 이리 저리 대보면서 연습했지만 그새 머릿속은 하얀 백짓장이 됐다. 조명환(48, 서창동) 씨는 “방위각이 뭔지 어떻게 나침반을 조정하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며 “그냥 어렵다는 생각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직접 몸으로 부딪히다 보니 감이 서서히 잡히는 모양이다. 몇 차례 반복 수업이 이뤄지자 이제 대부분의 교육생이 강사의 지시에 맞게 척척 나침반을 조정해 발걸음을 내디딘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나니 정확히 자신의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한 교육생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천영희(50, 서창동) 씨는 “이론 교육을 받을 때는 나침반으로 길을 찾고 이동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났지만 실제로 나침반만 가지고 이동해 원래 자리를 되찾아 오니 독도법이 어떤 것인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후 김태훈 강사는 나침반 사용법을 어느 정도 숙지한 교육생들을 데리고 지도를 활용한 실전 교육에 나섰다.

교육생들은 지도가 추가되자 또 머릿속이 복잡한 모양이다. 지도에 나침반을 이리대고 저리대보다가 잘 안되는지 몇몇 능숙한 교육생 곁으로 모여들다 끝내는 강사를 찾는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출발지점에서 1포인트 이동을 완료한 교육생들은 어느새 자신감이 넘친다. 이제는 강사가 지시하기 전에 다음 이동장소까지 방위각과 거리를 재고 출발 준비 신호만 기다린다.

교육을 진행한 김 강사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렇게 똑똑한 교육생들은 처음 본다”며 너스레를 떨자 교육생들은 “강사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그렇습니다”하고 되돌려준다.

오전 내내 방위각 찾기와 보폭 숙달 훈련을 거친 교육생들은 오후부터 실전 운행에 나섰다. 지도 한 장과 나침반 하나를 든 교육생들이 봉화산 일대의 6지점을 거쳐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게 이 날 최종 목표. 시작은 개인전이었지만 어느새 삼삼오오 모여 길 찾기 삼매경이다. 그러다가도 갈림길이 나오면 서로의 의견에 따라 ‘쿨’하게 헤어지기도 했다.

출발 신호가 무섭게 쏜살같이 뛰어 나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 한 바퀴 빙 둘러온 김재현(18, 물금읍) 씨는 “너무 서둘다가 거리 개념을 잃어 진입해야 할 길목을 놓쳐 해매다 왔다”며 “조난당하지 않으려면 침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강사는 “‘독도법’은 살아남는 등산기술”이라며 “독도법을 제대로 익히면 지도와 나침반만 가지고도 산에서 안전하게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강사는 독도법이 주체적인 등산 활동의 필수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김 강사는 “독도법은 산행에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기술”이라며 “지금껏 산악회나 가이드를 통해 단순히 남을 따라다니는 산행을 해 온 교육생들은 이번 독도법 강의를 통해 자신만의 산행 루트를 계획해 주체적인 산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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