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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 한줄의 노트] 혀
사회

[시 한줄의 노트] 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6/19 09:57 수정 2013.06.19 09:57



 
↑↑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혀와 혀가 얽힌다
혀와 혀를 비집고 말들이 수줍게
삐져나온다
접시 위 한 점 두 점 혀가 사라질수록
말이 점점 뜨거워진다
말들이 휘발되어 공중에 돌아다닌다
장대비가 되어 쏟아진다
그렇게 많은 말들이 갇혀 있을 줄 몰랐던
혀가 놀라며 혀를 씹으며
솟구치는 말들을 애써 틀어막으며
그래도 기어코 나오려는
말을 비틀어 쏟아 낸다
혀가 가둬 놓았던 말들이 저수지에 갇혀 있던
말들이 치밀어 올라
방류된다 평생 되새김질만 하던 혀는
갇혀 있던 말들을 초원에
풀어 놓는다

장옥관 시인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국문학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황금 연못’(1992), ‘바퀴소리를 듣는다’(1995), ‘하늘우물’(200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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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은 말에 의해서 소통이 이뤄집니다. 어떤 느낌 어떤 기분에 의해서 상대에게 진실을 전달할 수도 있고, 이와는 반대로 조작될 수도 있겠지요.

이 시는 이러한 말의 근원이 되는 ‘혀’의 비유를 통해서 불화를 통찰해냅니다. ‘혀와 혀가 얽힌다’는 건 소통의 연결고리를 잇는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지만, 연애의 입장에서 본다면 에로틱한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내가 내뱉었던 수많은 약속들, 다짐들은 지금 어디쯤 가서 나를 돌아보고 있을까. 생각하다보면 말(語)과 말(馬)이라는 의미의 중첩에 이르기도 합니다.

말이라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망을 엿볼 수 있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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