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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이전될 학교라 시설투자 안돼… 학부모 ‘분통’..
사회

이전될 학교라 시설투자 안돼… 학부모 ‘분통’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3/06/25 10:08 수정 2013.06.25 10:11
국비지원 안돼 어곡초 이전 2년간 제자리걸음

보수ㆍ보강공사 등 시설개선 지원에도 소극적






어곡초에 두 자녀를 둔 김아무개(39) 씨는 얼마 전 학교공개수업에 참석했다가 단단히 화가 났다. 복도에 깔린 나무바닥은 삐거덕거리는 소리 때문에 발을 내딛기가 힘들고, 교실책상과 의자는 모양과 높이가 제각각이며, 지저분한 학교 외벽은 한눈에 봐도 페인트칠할 때가 훨씬 지나 보였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두 자녀를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왜 학교환경이 이 지경까지 되었나.

어곡초등학교는 환경문제로 학교 이전이 결정됐지만 2년이 지나도록 이전 절차가 하나도 진행되지 못했다. 설상가상 ‘곧 이전될 학교’라는 꼬리표로 학교시설개선에 대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전될 학교에 시설투자를 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이유에서다.


예산문제로 학교 이전, 2년 동안 답보 상태


어곡초는 2011년 9월 교육부 중앙투융자심사를 통해 이전을 승인받았다. 학교 주변 공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공해로 인해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이다. 환경문제로 학교 이전이 결정된 것은 전국 최초였다.

이에 어곡초는 현재의 학교에서 1km가량 떨어진 어곡동 산 34번지 1만6천여㎡ 부지로 이전을 결정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부지매입과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올해 공사에 착공해 내년 3월 신학기는 신축건물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교육부가 이전 승인은 했지만 환경문제로 이전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국비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19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조달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경남도교육청과 양산교육지원청, 양산시 등 관계 기관들은 그대로 손을 놓아버린 상황이다.


↑↑ 급식소가 조립식판넬로 지어진데다 학교 행사 시 강당으로 함께 사용하고 있어 위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열악한 급식소 환경, 창고서 방과후교실 진행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는 난감하다. 지어진 지 70여년이 지난 학교이기에 이곳저곳 보수나 보강공사를 해야 하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어디까지 손을 봐야하고 어떤 것은 그대로 둬도 되는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이전 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기자재 등은 지원받을 수 있지만, 그 외 시설개선 사업은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누수나 학교 내 벽칠 등 당장 개선해야 할 사안은 학교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학부모들을 더 화나게 만들고 있다. 예산이 없어 이전이 3년 후가 될지 5년 후가 될지 아니면 무산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설투자마저 소극적으로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재 아이들이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샌드위치 조립식판넬로 지어진 학교 급식소는 흡사 공사장 현장식당인 함바집 같다. 이마저도 학교 행사가 있을 때 강당으로 함께 쓰고 있어 위생이 걱정될 정도”라며 “게다가 유휴교실이 없어 인근 공장에서 방치해 둔 창고같은 곳에서 방과후교실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 특별실로 활용할 유휴교실이 없어 인근 공장에서 버려둔 창고같은 공간에서 학생들의 방과후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어곡초학부모회 강민서 회장은 “올해 초 이전을 촉구하는 학부모들의 서명과 함께 환경문제로 이전 시 국비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교육부 등 5곳 관계 부처에 보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예산과 법률을 따지며 이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 아이들은 공해와 악취에 건강까지 위협받으며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 달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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