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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 한줄의 노트] 상처에 대하여..
사회

[시 한줄의 노트] 상처에 대하여

안창민 기자 ijcenter@ysnews.co.kr 입력 2013/06/25 14:13 수정 2013.06.25 02:13




오래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 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 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 향기가 난다

복효근 시인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계간 ‘시와시학’에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등을 펼쳐냈고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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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상처는 아픔으로만 인식됩니다. 이 시에서는 ‘상처’에서 향기가 난다고하여 통념을 뒤집고 있군요.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을 쫓아가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의 부분에 이르러서야 잠시 숨을 멈추며 생각해 잠기게 됩니다. 화상이 꽃 모양을 닮았다는 것은 1차적 발견일 것이고, 시인은 거기서 더 나아가 ‘향기’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수학공식처럼 단순 반응하는 일상의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매번 일깨우는 시(詩)는 내 정신을 죽비로 탁탁 내리치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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