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전학 문제를 두고 학교와 교육청 간 대립이 도를 넘고 있다. ‘문제학생 못 받겠다’는 학교와 ‘합의한 순번대로 받아라’는 교육청 간 불협화음에 학생들까지 동원되는 비교육적 상황이 만들어졌다.
지난달 27일 양산여중 교사들과 학생 100여명이 양산교육지원청에 항의 방문했다. 양산여중으로 강제전학 조치된 ㄱ 양 때문이다.
ㅅ중학교에 다니던 ㄱ 양은 학교폭력사건 가해자로 지난해 7월 ㅂ중학교로 강제전학 당했다. 1년도 채 안돼 또다시 학교폭력을 일으켜 지난달 25일 양산여중으로 강제전학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양산여중은 ㄱ 양과 함께 초등학교를 다니며 금품갈취 등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학생이 이미 50여명에 달한다며, ㄱ 양 전학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양산여중 교사들은 “강제전학이라는 것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시켜 새로운 환경에서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것인데, 버젓이 피해학생이 있는 학교에 배정하는 경우가 어딨느냐”며 “교육지원청이 단 한번만 학교로 찾아와 피해학생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면 이같은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양산여중 학생들 역시 “그 언니가 온다는 소문에 전교생이 벌벌 떨고 있다”며 “곧 기말고사인데 수업에도 집중할 수 없고, 등하교 할 때도 겁이나 학교 오는 것이 무섭다”고 울먹였다.
이 상황에 대해 양산교육지원청 역시 단단히 화가 났다. 강제전학제도 도입 이후 이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양산 전역 학교가 순번을 정해 문제학생을 받기로 합의해 놓고, 이제와 받을 수 없다며 학생들까지 동원해 항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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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오후 4시 30분께 양산여중 교직원과 학생 100여명이 양산교육지원청을 찾아 강제전학생을 받을 수 없다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양산여중 교직원과 양산교육지원청 장학사들간 고성이 오가 교육자들이 학생들 앞에서 비교육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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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26일에도 양산여중 학부모들이 양산교육지원청을 찾아 항의한 바 있다.
학부모들은 “ㄱ 양이 교육지원청이 보호해야 하는 학생인 만큼 양산여중의 다수 학생들 역시 충분히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며 “오늘 아침에는 내 아이가 두려워 오히려 자신이 전학가겠다는 말까지 했는데 부모의 심정이 어떻겠느냐”고 반발했다.
양산교육지원청은 “지역 내 학교는 물론 타 시ㆍ군 학교까지 알아봤지만 순번이 아닌 상황에서 전학을 받아들이는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다”며 “ㄱ 양과 ㄱ 양의 부모님 역시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니 교육적 차원에서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자”며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받아라, 못 받겠다’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ㄱ 양은 갈 곳을 잃은 상태다. 이전 학교에서는 이미 전학조치 됐지만, 양산여중에서 학급편성 등 학적이관을 하지 않아 ㄱ 양은 어디로도 등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고등학교 교장은 “순번까지 정해 맡기 싫은 학생을 억지로 떠미는 교육지원청도 문제지만, 자기 학교 학생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ㄱ 양과 ㄱ 양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고 무조건 못 받는다고 이렇게까지 항의하는 중학교도 반성해야 한다”며 “학생의 장래와 연관된 문제이며 앞으로의 양산지역 강제전학 문제의 선례가 되는 만큼 ‘해답이 없다’는 딜레마를 감수하고서라도 원만한 해결책 마련에 두 기관 모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