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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양산의 어제와 오늘
‘빨간 버스’ 따라 오가던 아름다운 추억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7/02 10:55 수정 2013.07.02 10:57




↑↑ 1983년 하북면 순지리 전경
현대사회에서 도시의 발전은 도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70년대 이전 평화로운 농촌지역에 지나지 않았던 양산이 불과 40년 사이에 경남도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산업도시로 발전하게 된 것도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이 시발점이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필생의 사업으로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강력하게 추진한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착공해 불과 2년 6개월 만에 1970년 7월 전 구간 개통했다. 당시만 해도 국가경제 수준이 미약했고, 국가 재정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독일과 이태리 등 유럽 선진국을 둘러본 뒤 국가 기간산업으로 고속도로가 꼭 필요하다는 신념 아래 국회를 설득해 사업을 추진했다. 정주영의 현대건설을 비롯한 국내 굴지의 대규모 건설회사와 국군 공병부대가 구간을 분담하여 돌관작업을 한 끝에 완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공사현장에서 많은 기술자와 근로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 2008년 하북면 순지리 전경
서울과 부산을 잇는 고속도로의 노선이 양산을 경유하게 된 데는 당시의 공업전진기지였던 울산과 천년고도 경주를 연결하기 위한 노선계획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보다 군세가 컸던 밀양 방향이 아닌 양산~언양~경주~대구 노선이 결정됐고 밀양은 한동안 침체기를 겪게 된다.

↑↑ 하북정에서 본 고속도로와 북정동 (1970)
양산을 지나는 젖줄은 고속도로 외에도 두 개의 국도가 있다. 부산~강릉선인 35호 국도는 동면 호포에서 시작해 양산시내를 거쳐 하북면 신평으로 빠져나간다. 부산~온성선인 7호 국도는 동면 여락리에서 출발해 웅상, 용당동을 거쳐 울산으로 진행한다. 이 중에서 35호 국도는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부터 양산시가지를 관통하는 간선도로로 오랫동안 시민들의 발이 돼 왔다. 지금도 많은 시민들은 1970년대를 풍미했던 ‘빨간 버스’를 기억할 것이다.

부산 금정구 범어사 입구는 팔송이라고 불리며 양산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동래에서 출발한 언양행 ‘빨간 버스’는 푸른 제복을 입은 안내양이 동승해 차비를 받았다. 노포동을 지나 동면으로 넘어오는 고개부터는 ‘마의 비탈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송 못 인근까지 고개를 넘어오는 동안 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면서 곡예를 하기 시작한다. 울퉁불퉁 노면에 계속되는 커브는 좌석에 앉아있는 승객마저 용수철처럼 튀어오르게 했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게도 한다. 그런가 하면 거의 모든 구간이 비포장 자갈길이라 한번 버스가 지나가면 그 먼지는 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1990년대 말 양산시내에 소도읍가꾸기 사업이 진행되기까지 읍내 도로변에 위치한 집이나 가게는 그야말로 회색 가루를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 하북정에서 본 고속도로와 북정동 (2008)
1970년 9월 16일 추석 다음날 동면 내송마을 인근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던 ‘빨간 버스’ 한 대가 내송마을과 다방마을 중간쯤에서 내송천 하천으로 추락해 13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지점 주변에 마땅한 시설이 없어 면사무소 옆 폐교 교실에 13구의 시체를 안치하고 며칠간 공무원들이 보초를 섰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양산읍내를 벗어나 북정을 지나노라면 도로변에 넓게 자리한 들판에서는 철에 따라 푸른 초원이 되었다가 누런 황금들녁이 되기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소토 쯤에는 당시 유명한 옹기굴이 있었다. 고을 주변에서 필요로 하는 단지나 장독 등 옹기제품을 만드는 곳이었다.

하북면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통도사가 있어 예부터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지역이다. 오히려 최근 들어 지역발전이 더딘 낙후지역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는 인근 울주군 삼남면에 있는 삼성전관(지금은 삼성SDI로 바뀌었다) 생산라인이 줄어들면서 종사자가 격감한 원인도 있다. 또 통도사 인터체인지가 시 경계지역까지 옮겨간 것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 1970년 양산 방문을 위해 물금역에 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이 환영나온 시민들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어찌됐든 하북면의 두 사찰, 통도사와 내원사는 양산의 이름을 국내에 널리 알린 관광 아이콘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름이면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평소에도 단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양산은 이처럼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통팔달의 교통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전략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은 아쉽다. 청정 배내골과 함께 낙동강 하구 자전거길 등을 연계한 테마형 관광벨트의 조성이 체계적으로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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