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역리칼럼] “내가 입을 열면 크게 다쳐” ..
오피니언

[역리칼럼] “내가 입을 열면 크게 다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7/02 15:53 수정 2013.07.02 03:53



↑↑ 손병호
남강 역리연구원장
최근 미국정부가 자국의 정보기관이 구글 등 인터넷 서버를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고 폭로한 전직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우든을 ‘내부 고발자’가 아니라 ‘누설자’로 지목하고 각국에 그의 망명을 불허토록 압박해 전 세계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내가 입을 열면 여러 사람이 다친다”는 무시무시한 말은 5공 청문회에서 장세동 씨가 자신을 처벌하려는 여론이 높아지자 당시의 노태우 대통령을 겨냥해 한 말이다. 얼마 전 가수 장윤정이 결혼을 앞두고 방송에서 억대 빚에 대해 심경을 토로하자, 그녀의 동생 장경영 또한 인터뷰에서 “내가 입을 열면 누나가 다쳐”라는 말을 해, 또다시 이 말이 세간의 유행어가 되고 있다. 내부고발이라기보다 협박에 가까운 어감으로 들려 뒤끝이 씁쓸한 말이다.

내부고발은 공익을 위해 조직의 위법ㆍ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공익 호루라기’다. 휘슬 블로어라고 알려진 내부고발자의 기원은 로마 군대의 엄격한 진군규칙에서 나왔다. 창ㆍ보병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진격하다가 한 발이라도 물러서는 병사가 있으면 곁의 병사가 찔러 죽이게 했다. 이 규칙을 어기면 그 옆의 다른 병사가 의무를 소홀히 한 동료까지 죽이도록 했다. 병사들에게 후퇴는 곧 위법이라고 보고 조직 구성원이 직접 죄를 물어 처벌케 한 것이다.

내부 고발자로 나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부고발자는 ‘정의 실천자’라기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 조직을 팔아먹는 ‘배신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 감사원 감사관 이문옥 씨의 경우 감사원과 정ㆍ관계, 재벌 기업 사이의 정경 유착 실상을 고발한 이후 직장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파면되고 억울한 감옥살이까지 해야 했다.

이런 쉽지 않은 일을 기밀보호를 주 임무로 해야 하는 국정원장이 직접 나서서 했다. 그것도 국민의 공익과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의 명예와 구성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남재준 국정원장이 직접 기밀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 대화록을 공개했다.

누항의 필부들도 명예가 걸린 일이면 멱살잡이를 한다. 조직의 수장이 제 식구들 명예를 지키겠다는데 누가 말리랴. 허나 동네 통ㆍ반장도 아니고 국정의 중추, 최고 권력기관의 우두머리다. 머릿속 의사결정의 매커니즘이 달라야 한다. 그의 비상식적 판단으로 조직의 명예는 박살나고 우리의 정보기관은 지금 세계의 비웃음을 받고 있다.

사주에도 비밀을 잘 유지하는, 속칭 입에 지퍼를 꽉 채우는 스타일이 있다. 사주 일간에 토기가 강하면 그렇다. 일간이 강한 토 오행인 경우, 위인의 성격이 신중하고 설혹 무덤에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비밀을 지키며 자기의 속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매사에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며 중후한 인품을 지닌다. 앞으로 국가기밀 엄수를 위해 국정원장을 임명할 때 인사 청문회보다 사주를 먼저 봐야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