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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오 양산대학교 전기에너지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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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최악의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원전의 주요부품의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것이 드러나면서 추가로 원전이 가동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됐다. 이후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냉방부하가 급증하면서 올 여름 내내 전력수급 경보는 계속해서 발령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력부족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또한 정부가 올 여름철 전력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순환단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어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현재 기저부하 담당과 전력공급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원전 23기 중 10기가 가동을 중단했다. 설비용량으로 보면 771만6천kW에 달한다. 이 중 계획예방 정비 중인 4기(약 305만kW 정도)를 제외하고 6기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전력공급시장에 들어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시험성적서 위조 원전부품 비리 사태 파문으로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3기가 전력계통에서 제외됐다. 또 한울 4호기, 월성 1호기, 한빛 3호기도 각각 증기발생기 세관 결함, 설계수명 완료, 제어봉 안내관 균열 등의 이유로 가동을 멈춘 상태여서 당초 전력계통 수립 당시와 비교해 약 466만kW의 전력공급물량이 부족해졌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원전이 부족해서 전력부족 대란 사태가 일어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소비패턴은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우선 전력부족은 전력사용 확대 정책에 의해 유도된 측면이 크다. 원전 건설로 인해 전력과잉 공급이 이뤄지자 정부는 낮은 전기요금체계, 심야전기사용 촉진, 2008년부터 4년간 보조금을 지원하면서까지 시스템냉난방기 설치를 장려하는 등 전력사용 확대 정책과 전반적인 전력수요예측 실패, 원전을 포함한 전력산업에 대한 총체적 관리부실 그리고 지역ㆍ정권 이기주의에 의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라고 하는 정책실패가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전력소비는 전기기기의 보급 확대, 신기술 확산, 생활수준의 향상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즉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가 아이러니하게도 전기에너지를 과다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전기과소비국이 된 것은 산업측면의 구조적 요인도 있으나, 다른 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냉난방, 취사, 공정에서 석유가스 수요가 전력으로 전환되는 ‘연료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기후변화에 따른 계절별, 시간대별 전력수요의 변동성 확대다. 이미 수년 전부터 여름철 폭염이 불규칙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5월 말이나 9월 중에도 냉방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연료전환은 일차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져 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게 돼 에너지 수입액이 증가하는 국가적 부담을 유발하며, 온실가스배출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또한 오래전부터 에너지절약 캠페인, 수요관리, 전기절약형 고효율기기의 보급 등 많은 시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잡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은 모든 사회 인프라와 산업 활동의 기반이기 때문에 전력부족은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등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2011년 ‘9.15 정전’을 비롯해 최근 전력부족 현상은 하절기 폭염이나 동절기 강추위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력수요 변화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전력부족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하절기 전력수요 위기 극복을 위한 전력공급을 당장 늘리기는 어렵겠지만, 국민경제에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블랙아웃’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각층 모두가 적극적으로 절전에 동참하여 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전기에너지는 국민생활과 산업 활동에 한시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필수재화이다. 따라서 절전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 각 가정에서 전기절약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 부모가 앞장서서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도 필요한 때이다. 이제 절전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당위성 차원을 넘어 생존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생활 속의 작은 관심과 실천을 통한 절전생활화가 작게는 가정경제를 돕고 크게는 국가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위기에 강하고 뭉치는 우리 국민의 강점을 살려 전력수급 위기극복을 위해 전기절약 마인드 확산과 생활화에 적극 동참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