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초대시] 의자가 되는 말
오피니언

[초대시] 의자가 되는 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7/09 12:02 수정 2013.07.09 12:01



 
↑↑ 정경남
삽량문학회 회장
양산시인협회 회원
 
흔히 쓰는 말 중에

자른다 잘라 버린다는 말 중얼거려 보면

흠칫 서늘하고 날선 말처럼 들리지만

그 말 속에는 연둣빛 새순 돋는다

잘라 버린다는 것

살을 베어야 하는 말이지만

잘라도 잘리지 않는 따뜻한 말이 있다

자른다, 잘라 버린다는 말에는


몸보다 마음이 더 깊이 들어 앉아

베어도 베어내도, 그 곳에서 초록 가지

무수히 돋아나는 사람의 나무가 자란다

한 몸이 되었을 때나 쓰는 말이라서

미처 정 들지 못한 사이에는

마음이 들고 나는 말이라서

그 말 속에는 굴참나무 한 그루 서있다

살다보면 그늘이 되는 말 같은

서로 등 기대고 앉을 수 있는

편안한 의자가 되는 말 같은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