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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장마철 더위와 학력 향상..
오피니언

[교단일기] 장마철 더위와 학력 향상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7/09 13:51 수정 2013.07.09 01:51



↑↑ 박한승
개운중학교 교사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연일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된다. 중부 지방에 비해 우리 지역은 조금 덜 덥다고는 하지만 연신 목덜미를 흐르는 땀은 우리 동네가 시원한 편이라는 생각을 전혀 들게 하지 않을 정도이다.

교실도 예외가 아니다. 아이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거나 더위에 지쳐 쓰려져 있기도 한다. 이런 교실에서 그다지 재미도 없는 수업을 서른 대여섯 명의 아이들을 앉혀 놓고 진행해야 하는 교사들의 고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고되다. 

요즘 여러 매체를 보면 ‘전력대란’, ‘블랙아웃’ 등의 단어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에너지 소비가 너무 많아 전기가 갑자기 끊기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많은 위험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하는 멘트들이 뒤를 잇는다. 고로 “전기를 좀 아껴 써라” 라는 것인데, 이것이 계도적인 차원을 넘어서 국가가 여름철 적정온도를 정해주고 이를 지키라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름철 적정 실내 온도를 국가에서 정해주는 것도 우습지만 그 적정온도가 해마다 변하는 것도 우습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라서 모든 에어컨은 중앙에서 통제하며 온도 기준이 28도에 맞춰져 있다. 28도가 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고, 작동하더라도 28도가 되면 끊어지게 시스템이 고정돼 있다. 실내 온도 28도, 정말 덥다. 교실에는 고작 선풍기 4대가 돌고 있는데 이것으로 버티라 한다. 아이들이 연신 덥다고 난리를 피워도 교사들은 해줄 수 있는 말이 한마디 밖에 없다. “참아라. 나도 덥다”

왜 우리나라는 전기가 항상 모자랄까. 국민이 전기를 낭비해서 그런 것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OECD국가 중 가정용 전기를 가장 작게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통계 수치가 발표됐다. 산업용 전기는 헐값으로 제공해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함과 동시에 마음껏 소비할 수 있게 하면서도, 정작 가정용이나 교육용 전기는 비싼 값으로 공급하고, 피크타임제나 누진제 등을 적용해 아낄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 대한민국의 상황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쓰는 놈 따로 있고 아끼는 놈 따로 있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가정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활동에 사용되는 전기는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기업에 베푸는 혜택의 10분의 1이라도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마음가짐만 있어도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교육예산의 배정과 집행에도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권 이후 교육부에서 집행하는 교육예산 중 학력향상 프로그램 운영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는 학력향상명목으로 배정되는 예산을 소화하기 위해 보충수업 등을 개설ㆍ운영하는 등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 학력향상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일제고사는 학생의 학력을 키워주는 효과보다 어떤 학교의 점수가 좋은가 경쟁을 일으키고, 이 결과로 성과급을 차등해 지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본질적인 학력향상을 위한 교수방법 연구 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교사가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에 집중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학력향상이 될 리가 없다.

진정한 학력향상을 원한다면 일제고사나 보충수업 실시보다 쾌적한 교육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더 많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상식적인 이야기도 안 통하는 교육 관료와 학교관리자들이 존재하는 이상 우리 교육의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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