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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사업실패로 죽음 생각했던 버스기사, 자살시도 여성 구하다..
사회

사업실패로 죽음 생각했던 버스기사, 자살시도 여성 구하다

안창민 기자 ijcenter@ysnews.co.kr 입력 2013/07/16 09:53 수정 2013.07.16 09:53
세원버스 1년차 초보운전기사 양우정 씨 운행 중 사고 발견

도로변 주차차량에서 연기 새나오자 즉시 정차해 구조 후송



지난 9일 오후. 물금읍에서 출발해 원동면으로 향하던 138번 버스가 원동면 서룡리 사천왕사 입구 고갯길에서 멈춰 섰다. 승객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버스기사는 황급히 도로상에 세워져있던 승용차로 향했다. 승용차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 버스기사가 운행 도중 도로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뛰어가 자살을 시도한 여성을 구조해 화제다.

주인공은 지난해 10월 세원버스에 입사한 버스기사 경력 1년차 양우정(42, 북정동) 씨.

양 씨는 지난 9일 물금에서 오후 6시 5분에 출발하는 원동행 138번 버스를 몰고 화제리를 지나 1022번 지방도 오르막길을 오르던 중 우연히 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승용차 한 대를 보게 됐다.

“처음엔 낮에 선글라스를 계속 껴서 헛것을 봤나 싶었어요. 그런데 다시 봐도 계속 연기가 피어올라 주위 승객에게도 물어보니 연기가 나는 것 같다고 했어요”

양 씨는 혹시 별일 있겠거니 하고 지나치려던 와중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이상한 기분에 오르막길에 버스를 급히 세우고 연기가 나는 차량으로 뛰어가 보니 이미 차량 안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안에 사람이 있나 살펴보니 연기 사이로 한 여성이 쓰러져있었지만 창문을 쿵쿵 쳐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어요. 다행히 차량을 살펴보니 조수석문이 열려있어 황급히 문을 열고 여성분을 구출하게 됐죠”

양 씨가 여성을 발견했을 땐 여성은 이미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양 씨는 여성을 흔들어 깨운 뒤 인근 벤치로 옮기고  신속히 112와 119에 신고했다. 다행히 여성은 빠른 발견으로 인해 큰 이상 없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에 여성을 인도하고 난 뒤에도 양 씨는 한동안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고 한다.

“원동에서 물금으로 나올 때 다시 물금지구대에 들려 여성분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더군요”

양 씨가 이처럼 행동할 수 있었던 데는 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특히 여성의 선택이 남일 같지 않아서였다. 양 씨 또한 한 때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로 큰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양 씨는 원래 건축업을 하던 사업가였다. 그러나 10년간 매달려온 사업이 어느 순간 좌초되고 이후 양 씨는 전세 보증금조차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시련을 겪었다.

“단돈 만원이 없어 밥도 먹기 힘들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어요. 그래도 가장으로서 나를 믿고 버티는 가족들을 위해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마음먹었죠”

그렇게 다짐하고 옛날 군대시절 운전병을 한 경험을 살려 운수업 계통에서 일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2년 전이었다. 그러나 버스기사가 되는 과정도 녹록치 않았다. 1년간 세원버스에 입사지원을 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그러나 절실히 원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1년간의 구애 끝에 마침내 양 씨는 138번 원동행 버스운전대를 잡게 됐다.

늦깎이 신입 버스기사지만 이미 동료들 사이에선 인정 넘치는 분위기 메이커로 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양 씨는 항상 쉬는 날이면 교통 봉사를 나서 양산경찰서에서 모범운전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옆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던 홍희기(48, 북정동) 기사는 양 씨에 대해 “매너가 좋고 남자다운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기사들 사이에서 ‘젠틀맨’으로 통한다”며 “사람을 좋아하고 인정이 많아 버스기사로 잘 해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훌륭한 일까지 해서 같은 버스기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양 씨는 누구보다 승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 씨는 “사고 당시 함께 여성분을 구출해 준 승객들과 배차시간이 30분이나 늦었음에도 짜증보다 오히려 응원해주신 승객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원동행 버스를 10개월째 맡아서 하고 있는데 항상 가족처럼 대해주시는 마을 주민들이 있어 언제나 보람차게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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