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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버스기사가 운행 도중 도로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뛰어가 자살을 시도한 여성을 구조해 화제다.
주인공은 지난해 10월 세원버스에 입사한 버스기사 경력 1년차 양우정(42, 북정동) 씨.
양 씨는 지난 9일 물금에서 오후 6시 5분에 출발하는 원동행 138번 버스를 몰고 화제리를 지나 1022번 지방도 오르막길을 오르던 중 우연히 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승용차 한 대를 보게 됐다.
“처음엔 낮에 선글라스를 계속 껴서 헛것을 봤나 싶었어요. 그런데 다시 봐도 계속 연기가 피어올라 주위 승객에게도 물어보니 연기가 나는 것 같다고 했어요”
양 씨는 혹시 별일 있겠거니 하고 지나치려던 와중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이상한 기분에 오르막길에 버스를 급히 세우고 연기가 나는 차량으로 뛰어가 보니 이미 차량 안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안에 사람이 있나 살펴보니 연기 사이로 한 여성이 쓰러져있었지만 창문을 쿵쿵 쳐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어요. 다행히 차량을 살펴보니 조수석문이 열려있어 황급히 문을 열고 여성분을 구출하게 됐죠”
양 씨가 여성을 발견했을 땐 여성은 이미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양 씨는 여성을 흔들어 깨운 뒤 인근 벤치로 옮기고 신속히 112와 119에 신고했다. 다행히 여성은 빠른 발견으로 인해 큰 이상 없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에 여성을 인도하고 난 뒤에도 양 씨는 한동안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고 한다.
“원동에서 물금으로 나올 때 다시 물금지구대에 들려 여성분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더군요”
양 씨가 이처럼 행동할 수 있었던 데는 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특히 여성의 선택이 남일 같지 않아서였다. 양 씨 또한 한 때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로 큰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양 씨는 원래 건축업을 하던 사업가였다. 그러나 10년간 매달려온 사업이 어느 순간 좌초되고 이후 양 씨는 전세 보증금조차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시련을 겪었다.
“단돈 만원이 없어 밥도 먹기 힘들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어요. 그래도 가장으로서 나를 믿고 버티는 가족들을 위해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마음먹었죠”
그렇게 다짐하고 옛날 군대시절 운전병을 한 경험을 살려 운수업 계통에서 일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2년 전이었다. 그러나 버스기사가 되는 과정도 녹록치 않았다. 1년간 세원버스에 입사지원을 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그러나 절실히 원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1년간의 구애 끝에 마침내 양 씨는 138번 원동행 버스운전대를 잡게 됐다.
늦깎이 신입 버스기사지만 이미 동료들 사이에선 인정 넘치는 분위기 메이커로 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양 씨는 항상 쉬는 날이면 교통 봉사를 나서 양산경찰서에서 모범운전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옆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던 홍희기(48, 북정동) 기사는 양 씨에 대해 “매너가 좋고 남자다운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기사들 사이에서 ‘젠틀맨’으로 통한다”며 “사람을 좋아하고 인정이 많아 버스기사로 잘 해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훌륭한 일까지 해서 같은 버스기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양 씨는 누구보다 승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 씨는 “사고 당시 함께 여성분을 구출해 준 승객들과 배차시간이 30분이나 늦었음에도 짜증보다 오히려 응원해주신 승객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원동행 버스를 10개월째 맡아서 하고 있는데 항상 가족처럼 대해주시는 마을 주민들이 있어 언제나 보람차게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