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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경 영산대학교 인도비즈니스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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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과에는 학생들에게 인도비즈니스 학과의 꽃이라 불리는 ‘필드학기’라는 독특한 커리큘럼이 있다. 2학기에 있을 이 필드학기를 위해 학생들은 여름방학에도 학교로 나와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조사품목을 정해 인도의 주요 도시와 산업단지를 한 학기 동안 돌아다니면서 인도에서 시장 조사를 하고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과 인도의 기업인, 변호사, 회계사에게 강의를 듣는다. 이런 실질적인 강의와 자기 주도적으로 행한 시장 조사를 최종적으로 정리해 학생들이 매칭한 기업과 학교에 보고서를 학기 말에 제출하게 된다.
필드학기는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인도에서 스스로 경험해 보고 적용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인도 산업현지조사, 노무사례조사, 인도의 독특한 비즈니스 형태인 패밀리 비즈니스 조사, 투자사례조사, 마케팅 사례조사 뿐만 아니라 인도 사람들과 인도 문화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나는 이번에 이 필드학기의 인솔자가 되어 학생들과 인도의 곳곳을 여행하게 될 것이다. 이번 필드학기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까,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여행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여행자의 학력과 나이, 성향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또한 여행의 각각 다른 목적과 행선지는 그에 맞는 보람과 성취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필드학기처럼 독특한 형식의 많은 사전 준비가 필요한 여행일 수도 있고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떠나는 무전여행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태어난 곳에서 100마일보다 더 떨어진 곳으로 평생 동안 여행한 적이 없다’는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처럼 일이 끝나고 매일 밤 다른 이의 기행문을 읽으면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상상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여행에 대한 찰나적이고 감각적인 가벼운 글부터 여행에서 삶을 유추해 보는 심도 있는 글까지 수많은 여행기들이 있다. 여행에 관한 멋있는 정의와 성찰들은 많지만, 그래도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과 탐험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서 들었는지 명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누군가 여행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호사라고 했다. 이 호사의 묘미는 무엇일까? 진귀한 문화재를 감상하고 ‘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때, 그곳만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혹은 여행지에서 만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사람들과의 인연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떠나서 돌아오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묘미는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새롭게 보는 것이다.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집으로 돌아오며 보이는 풍경들이 다정하면서도 낯설고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진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 돌아온 탕자가 된 기분이다. 집으로 돌아오며 걷는 골목길, 나를 반겨주는 가족들, 친구들이 더없이 고맙다. 엄마가 끓어주는 된장찌개는 어떠한 이국의 음식보다 맛있다. 길던 짧던, 여행에서 돌아온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집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라고.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지드의 단편에서의 돌아온 탕자는 집을 떠나보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탕자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새로운 시작을 한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여행은 내가 사는 곳, 나의 가족들, 나의 생각들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와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행 애호가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는 결국 한국만큼 아름다운 바다와 산과 하늘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떠나본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다른 나라의 문화재와 문화를 접하고 나서야 한국의 아름다움에 눈을 뜰 수가 있었다.
이 여름, 잠시라도 어딘가로 떠나보자. 어떠한 장소나 방식이라도 좋다. 여행에서 얻은 새로운 에너지가 일상의 무거움 속에서 곧 함몰될지라도. 그대여 떠나라.
최민경
영산대학교 인도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