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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경 시인 열린시학 등단 양산낭송문학회 회원 성모정형외과 근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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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몸짱 만들기 열풍에 너도 나도 뛰어드는 계절이다. 여름이면 더위와의 싸움이 아니라 숨어있는 살과의 싸움을 선포하고 몸짱 만들기에 도전한다. 연례행사처럼 나도 다시 다이어트 선언을 했다. 나잇살에 살림 증후군으로 불어난 아줌마 몸매가 얼마나 달라지랴 하겠지만 S라인 따라잡기에 나섰다. 평소 느긋한 성격이 엄마의 장점이라던 딸들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그냥 포기하라고 은근히 자존심을 건드렸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엄마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독하게 운동을 했다. 확 줄인 저녁식사는 나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했다. 저녁의 배고픔을 참고 공복에 물을 마시며 러닝머신 위를 뛰는데 순간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화가 났다. 건강과 정신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다간 오히려 그 건강과 정신을 해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푹푹찌는 장마 속 무더위에 비 오듯 땀을 쏟으며 런닝머신에서 내려와 마음을 다독였다.
다이어트는 무슨! 혼자 피식 웃으며 진정을 찾았다. 그리고 시를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헥헥 거리며 모니터 앞에 앉아 시를 쓰려니 문득 시 쓰는 것과 다이어트는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시인에게 다이어트만큼 좋은 것 없다고.
다이어트 하면 떠오르는 S라인. S라인에는 Slim, Sense, Style 등을 생각 할 수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생각나는 Slim을 생각해보자. 시는 길다고, 그렇다고 짧다고 좋은 건 아니다. 슬림하게 빠져 군더더기 없이 만들어 져야 읽는 이의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이것저것 비대하게 붙여 넣는다고 좋은 시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름기 쪽 뺀, 탄탄한 글만 남긴 시야 말로 좋은 시가 아닐까 .
다음으로 Sense. 언제 어디서나 돋보이는 감각이야 말로 개성이다. 모두가 쓸 수 있는 단어와 모두가 할 수 있는 말을 한다면 매력 없지 않나. 시도 하나의 감각과 센스가 있어야 한다. 문장 하나와 단어가 만나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 된다면 얼마나 감각적인 시인가. 나만의 표현방법으로 개성 있게 쓴 시는 더 할 나위 없이 예쁜 시, 참신성이 뛰어난 시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Style. 다이어트를 하는 가장 큰 이유. 미관상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함일 터. 더 멋진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몸이 명품이 되면 어떤 옷을 걸쳐도 그 옷은 명품이 된다. 시도 그렇다. 시의 스타일을 살리는 것은 시인의 가장 큰 덕목이다. 명품 시를 짓는다는 것, 다이어트보다 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탄생한 명품 시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시가 명품이 되면 노래로 만들어도, 인용해 어떤 글을 써도 명품이 된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과 같이 말이다.
이성간의 매력을 더 어필하기 위해서 만드는 S라인, 독자들을 매료시키기 위해 수 없이 땀 흘리며 갈고 닦아야 하는 시인도 마찬가지 아닐까. 자신의 겉모습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내면을 보여주듯 시도 언어라는 겉모습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림처럼 보여준다.
시인이라는 무게를 내려놓고 내 자신에게 좀 더 자유로워질 때까지 나의 다이어트 기간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