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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소금] 위기관리 성공 여부는 매뉴얼에 있다..
오피니언

[빛과소금] 위기관리 성공 여부는 매뉴얼에 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7/16 11:50 수정 2013.07.16 11:54




↑↑ 평산교회
강진상 목사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 사의 영업 전략이 얼마나 뛰어난지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미국의 정보원이 뚫지 못하는 나라도 맥도날드 영업사원을 보내면 모든 일이 성사된다”고 말한다. 그들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매뉴얼에 있다. 맥도날드의 창업주는 하나의 점포를 개설하기 위해 5만개의 매뉴얼을 준비하고 그 중 하나라도 미흡할 경우 매장을 오픈하지 않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이 매뉴얼에는 햄버거의 고기를 어느 정도 두께로 자를 것인지, 몇 도에서 몇 분 동안 익힐 것이며 감자를 써는 요령과 두께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덕분에 시작은 좀 더딘 듯 했지만 이 회사는 그 어떤 조직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준비가 없었다면 맥도날드에게 지금같은 명성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결코 특정 업체를 자랑 하고자는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든, 자치단체든, 기업이든 세분화된 매뉴얼과 철저한 훈련이 있을 때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는 승무원들의 헌신적인 구조 활동이 대형 참사를 막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고는 항공기 파손 정도에 비해 인명 피해가 적었다. 중국 여고생 2명이 안타깝게 숨지고 18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활주로의 처참한 사고 상황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항공기 사고에서는 얼마만큼 빨리 승객들을 대피시키느냐가 최고의 관건이라고 한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90초 이내에 승객을 기내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것은 승무원에게 주어진 가장 중대한 미션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90초 룰’ 수행을 비상 훈련의 주된 목표로 보고 강도 높은 매뉴얼 교육을 해왔다. 반복된 훈련의 결과 승무원은 실제 상황에서도 매뉴얼대로 움직였으며 최종적으로 탈출하지 못한 승객이 있는지 확인한 뒤에 비로소 기내 밖으로 몸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로 정의할 만큼 현대는 언제 어디서 위험이 닥칠지 예측할 수 없는 복잡다난한 사회다.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위험 역시 비례적으로 커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위험성이 커질수록 일상의 안전이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대한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위험한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바로 매뉴얼과 규정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은 이런 매뉴얼을 습득하고 지키는 과정에서 자라나고, 선진국은 이런 매뉴얼이 잘 작동하는 사회다.

이번 아시아나 사고기의 객실 선임승무원 이윤혜(40) 씨는 기자회견에서 “비상탈출에 필요한 절차를 내 몸이 알아서 수행하기 시작했다”며 “다음 승객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기관리 성공 여부는 잘 준비되고 몸에 배어 있는 매뉴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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