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지역개발? 학습권보호? “두 마리 토끼 다 잡자” ..
교육

지역개발? 학습권보호? “두 마리 토끼 다 잡자”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3/07/23 09:14 수정 2013.07.23 09:14
석계2 일반산업단지 조성… 양주중학교 미래는?




양산은 공장들 속에서 악취와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학교가 두 곳 있다. 어곡초는 양산공업단지에, 소토초는 북정산업단지에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돼 있다. 악취로 아이들은 교실창문을 열지 못하고 위험천만한 통학로 때문에 걸어서는 학교에 갈 수조차 없다. 두 학교 모두 학교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어곡초는 이전 예산이 없어, 소토초는 이미 예산을 학교시설에 썼기 때문이란다. 

닮은 학교가 하나 더 나온다는 소문이 돈다. 석계2 산업단지 조성으로 양주중이 공장들 속에 둘러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제2의 어곡ㆍ소토초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학교와 학부모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8일 학교에서 양산시, 양산교육지원청, 도ㆍ시의원, 학부모, 학교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지역경제 개발이라는 거대 목적 속에 추진되는 사업이기에 자칫 이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각계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지면에 실었다.

구영건 학교장  학교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유치업종 18개 가운데 4개 업종이 고무ㆍ플라스틱ㆍ화학물질 관련 업종인데 대기, 수질 등 환경오염이 충분히 예상된다. 또 산단 외 학교 일반주거지역에 가내수공업 등 소규모 제조업이 우후죽순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 담장 바로 뒤에 들어설 예정인 저류시설이 자칫 고인 물로 학교 환경을 더 오염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때문에 업종변경, 주거지 내 공장허가 금지, 저류시설 이전 등을 요구한다.

산업단지 인근 우후죽순 공장 들어서
서서히 공업지역 되는 2차 피해 우려

김대유 운영위원장  산업단지 조성으로 당장 학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2차 피해다. 구 교장이 언급했듯이 학교 주변 일반주거지에 산업단지 내 업종과 관련된 2, 3차 업체가 들어서 서서히 공업지역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경부고속도로 인근 지역은 사통팔달의 위치로 공업지역이 되기 좋은 조건이기에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지 않겠나. 따라서 내 자식은 피해 없이 졸업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양주중에 들어올 아이들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상옥 양산시도시개발사업단장  양산시 역시 이 문제를 잘 알고 있기에 주거지역에 들어 올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양산시 조례 개정을 통해 주거지 전체를 제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만약 그것이 안 된다면 소송을 감수하더라도 개별 업종에 대한 허가권을 강화하도록 하겠다. 구 교장이 제시한 업종 변경과 저류시설 이전 등도 검토 중이다. 특히 업종은 아직 완전히 결정된 사안이 아니며, 현재 대분류만 해 놓은 상황으로 소분류로 세분화해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업종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

대기오염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어
장기적으로 학교 이전도 검토해야

지영원 총동창회장  산업단지 조성은 지역숙원사업이다. 지역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며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산업단지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가능한 학교도 살리고 지역도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됐으면 하지만 그것이 공존할 수 없다면 장기적으로는 학교 이전도 검토해 봐야 한다.

홍경례 양산교육지원청 교육협력팀장  학교 이설을 적극 검토해줬으면 한다. 제2의 어곡초, 소토초가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 산업단지가 학교와 충분한 이격거리를 두고 완충녹지지역을 만든다 하더라도 대기오염 등의 환경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공업지역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산업단지 조성과 동시에 학교이설을 검토하지 않으면 차후 어곡초, 소토초와 같이 책임공방이 불거지면서 이설에 또다시 난항을 겪게 될 것이다. 

류연숙 학부모회장  우리는 첫째도 학생이고 둘째도 학생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면 조건부로 학생들의 학습권만 지켜주면 된다. 산업단지 때문에 쫓겨나듯이 다른 곳으로 학교가 이전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자연과 어울려 이렇게 좋은 환경을 갖춘 중학교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책 고민없이 학교 이전 언급 성급해
‘지역개발ㆍ학습권보호’ 둘 다 이루자 

홍순경 경남도의원
  대책 마련에 대한 고민 없이 학교 이전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것에 대해 나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다. 모두가 고민해 보고 의견을 모아 학교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학부모와 주민들 사이에서 벌써 ‘00타이어가 이전해 온다더라’ 등 소문이 돌고 있다던데, 말 그대로 유언비어일 뿐이다. 산업단지 승인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충분히 검토 후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시간을 주자. 

최영호 양산시의원  산업단지 유치 목적은 분명하다. 상북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최근 두 달간 주민이 300명이나 줄어들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를 위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준비 중이고 낙동강유역환경청,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협의하는 등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 학부모가 우려하는 부분 역시 이미 전문가들이 지적한 사안으로, 대안 마련 없이는 산업단지 조성공사가 승인될 수조차 없다. 산업단지 조성으로 지역경제도 살리고, 학습권 보호로 학교도 살릴 수 있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 보자.

윤도관 총동창회사무차장  소토초 급식소 바로 옆에 공장이 있고, 교문 입구 방향으로 30~40m도 안되는 거리에 주유소가 버젓이 들어서 있다. 이 역시 적법한 절차를 밟아 설치된 것으로, 행정에서 제제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된 것 아니냐. 얼마나 현실성 있는 대안이 만들어 질지 의구심이 든다.

박성의 운영위원회부위원장  실제 대안 없이 이런 자리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도 싫다. 벌써 5차 회의인데, 시는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 말고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양산 관내에 이미 우리가 우려하는 문제가 실제 발생하고 있는 사례(소토초, 어곡초)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옥 양산시도시개발사업단장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과거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토초와 어곡초가 그러했듯 느슨한 법 적용으로 학교를 공장 속에 고립시키는 일을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 학부모와 학교, 교육청에서 지적하는 문제를 최대한 수렴해서 시가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대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시 여러분들이 요구사항을 내놓고 그에 대해 재검토를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홍순경 경남도의원  마지막으로 이제 양산시도 공업도시 이미지를 벗어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살기 좋은 도시가 돼야 한다. 석계산업단지를 마지막으로 지역개발이냐 학습권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