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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언 양산대학교 로봇기계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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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을 넘게 살아 왔지만, 지금도 계속 적응하고 변하고,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다. 아닌 척 하지만 웃고 있는 가면 아래엔 흘러넘친 눈물이 가득하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 우리 나이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수업시간 로봇조립을 했다. 학생들과의 교감을 나누면서, 완성된 로봇은 이쪽저쪽을 가라고 하면 가고, 피해가라고 하면 피해 간다. 뒤를 돌아라 하면 돈다. 재미가 있다. 좀 더 복잡한 로봇은 사람의 생각대로 사람보다 더 많은 관절로 움직인다. 현대 첨단산업화 시대의 자동화와 산업화에 큰 일조를 하고 있다.
로봇에게는 멈춤이 없다. 고장이 나면 사용된 관절과 모터에 윤활기름을 치던지, 교체하면 된다. 그래서 로봇에게는 아픔이 없다. 로봇엔지니어가 바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오감을 느끼며 퍼지이론 등으로 스스로 학습능력에 의해 생각하고 표현하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어릴 때 보았던 아톰과 같은 인간과 진정한 교감을 나누는 로봇은 없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눈물을 흘리는 로봇이 아닌가 싶다. 너무나 빠른 첨단화에 지쳐간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휴일, 평소 옆에 두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꺼내 들지 못했던 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마음이 혼란하고 정체성을 잃은 채 방황할 때 지인들과 술로 풀곤 했지만, 술을 끊고 무언가 대신해야 될 무엇을 찾다보니 고대의 현인들이 남긴 책에서 안식을 구하려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면서 태풍 속의 돛단배처럼 위태로운 마음에서 평정심과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글은 또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다스릴 수 있을 터이다. 노자의 가르침을 여기에 옮겨본다.
‘영원히 변함없는 도를 환영하면 도가 그대를 환영할 것이다. 덕을 환영하면 덕이 그대를 환영할 것이다. 잃음을 환영하면 잃음이 그대를 환영할 것이다. 믿음이 없다면 누구도 그대를 믿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고요하면 마음의 고통을 막을 수 있다. 아름드리 나무도 작은 새싹이 자란 것이며 아홉층 누각도 한 무더기의 흙을 쌓아 올린 것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지나치면 실패할 수 있고 도를 넘으면 놓칠 수 있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망치지 않는다. 도를 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지혜로운 자는 하찮게 여겨지는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욕심을 없애려는 욕심만 있고 귀하다고 하는 것을 귀히 여기지 않으며 배우지 않음을 배우고 사람들이 지나쳐 버리는 것으로 돌아간다. 만인과 만물을 돕고 자연과 자신의 본성을 따르기 때문에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만인과 만물과 하나가 되라. 마음이 산만하면 자연으로 돌아가라. 자연으로 돌아가면 내면의 조화를 찾게 되고, 내면의 조화를 찾으면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운명을 알면 영원히 변함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원히 변함없는 것을 알면 위대한 지혜에 도달한다. 이를 알지 못하는 것은 큰 불행이다. 영원한 것을 알면 너그러워지고 너그러워지면 공평해진다.
공평해지면 왕처럼 된다. 왕처럼 되면 하늘처럼 된다. 하늘처럼 되면 도처럼 된다. 도처럼 되면 영원히 사는 것이다. 몸이 다하는 날까지 두려울 것이 없다. 도는 만물의 원천이고 선한 자의 보배이며 악한 자의 은신처이다. 거창한 말과 행동이 악한 자를 위해 이용될 수 있다. 옛 사람들이 왜 도를 중요하게 여겼겠는가. 도로써 구하면 얻고 죄가 있어도 이로써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이 도를 귀히 여기는 것이다.
말을 아껴라. 자연은 말을 아낀다. 대단히 강한 바람이나 세찬 비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자연에서 왔다. 자연도 이처럼 이런 일을 오래 할 수 없거늘 하물며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도를 따르는 사람은 도와 하나가 되고, 덕을 따르는 사람은 덕과 하나가 되며, 잃음을 따르는 사람은 잃음과 하나가 된다.
자연은 생명에 무심하다. 만인과 만물을 대할 때 재물로 바친 하찮은 지푸라기처럼 다룬다. 누구에게도 무심하다.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의 바람통이다. 비어 있지만 다함이 없으며 움직일수록 많은 것을 내 놓는다.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린다. 중심을 지키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
나이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는가. 그저 노자의 삶에 고개 숙이고 수긍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