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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임 동원과학기술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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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은 높은 산과 넓은 들이 있고 양산천이 낙동강 하류로 흘러들어 가고 있어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지리학적인 특성이 있다. 물금과 원동은 낙동강 주변의 내륙평야지역으로 옛날부터 농사를 지었으며 하천에는 물고기가 풍부해 농산물과 민물고기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영남알프스를 이루는 가지산과 영축산과 같은 깊은 산이 있는 산간지역에는 산채, 묵과 버섯 등을 이용한 음식이 발달했다. 또한 1995년까지 양산군에 속해 있었던 기장지역에서는 바다에서 나는 신선한 수산물을 이용한 식생활이 주도적이며 멸치가 잡히는 계절에는 멸치축제가 열리고 있다.
양산의 음식 맛은 다른 경상도 지방과 마찬가지로 간이 짜고 매운 편이며, 간장이나 된장 또는 멸치젓갈로 간을 한다. 특히 음식의 비린내를 제거하고 맛을 내는데 초피나무 잎을 말린 제피를 많이 사용해 김치, 나물, 매운탕, 추어탕 등의 음식에 제피를 넣어 독특한 맛과 향을 낸다. 국, 동치미, 찌개 등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산나물이 많아 쌈을 즐겨먹는 편이다.
양산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진 것으로 제피를 첨가한 산채비빔밥, 해물국찜, 민물고기로 얼큰하게 끓인 어탕에 국수를 넣어서 먹는 어탕국수, 삶은 미꾸라지에 채소를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 추어탕 등이 있다. 그리고 민물치어를 통째로 무채와 섞어 고추장에 비벼서 먹었던 원동의 깡치회는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봄철에 곤달비에 쌈을 싸서 먹는 물금의 웅어회도 유명했으나 낙동강 하구언이 생기면서 회기성 어류인 웅어가 돌아오지 않아 지금은 먹기 어렵다. 호포지역에 유명한 민물자라탕도 더 이상 자라가 잡히지 않아 현재 다른 곳에서 자라를 공급받아야 한다. 멸치나 조개를 우린 국물에 애호박을 넣고 끓인 애호박죽은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 별미음식이다.
낙동강 지류에 위치해 있는 양산은 경상남도의 곡창지대 중의 하나인 울산평야에 속하는 지역으로 예부터 논농사가 발달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모내기가 끝난 후 6∼7월경부터 논 고둥이 많아서 이 시기부터 고둥찜을 해먹었다. 양산지역의 우렁찜은 멸치장국에 고둥과 채소를 넣어 익혀서 만드는 요리로, 부재료로 채소, 쇠고기와 홍합 등을 사용하고 고춧가루를 넣어 깔끔하고 담백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동 닭백숙 요리는 방목해 키운 3개월 된 토종닭을 사용하며, 일반백숙, 한방백숙, 옻백숙 요리가 있다.
낙동강 하류의 물금과 원동지역에는 재첩이 채취됐다. 재첩의 주 생산지는 섬진강 하류에서 화개천으로 이어지는 하동과 낙동강하류에 있는 김해로, 현재에는 하동의 재첩이 잘 알려져 있으나 1960∼70년대에는 낙동강재첩이 더 유명했다. 집에서 쉽게 만들었던 주걱떡은 찹쌀로 지은 밥을 주걱으로 으깨 밥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일정한 크기로 떼어 팥고물을 묻혀 만들었으며, 일손이 바쁜 계절에 간식이나 주식 대용으로 먹었다.
매년 봄이면 원동에서는 매화축제가 열린다. 철길을 따라 피는 매화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희망과 설렘을 준다. 요즘 매실엑기스를 많이 담그지만 이곳의 매실고추장도 맛있고 먹으면 매화향이 몸에 퍼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양산지역의 단풍콩잎장아찌는 다른 지방과 달리 콩잎을 멸치젓갈 양념에 버무린 후 삭힌다.
하북면 지산리에서는 설날 구운 떡국을 먹었는데 예전에 서민들이 가래떡을 만들어 먹기 어려워 찹쌀과 멥쌀을 절반씩 섞은 가루를 익반죽하여 손바닥 크기로 동그랗게 만들어 약한 불에 구워 식힌 다음 얇게 썰어서 멸치장국에 넣어 떡국을 끓였다. 지금도 별미음식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양산에는 통도사와 내원사를 중심으로 전해지는 사찰음식이 유명하다. 요즘 사찰음식이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사찰음식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사찰전문음식점도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사찰음식으로 주식류로는 표고버섯밥, 떡류에는 세(細)편, 콩시루떡, 녹두찰편, 백설기, 인절미 등이 있고, 부식류로는 두릅무침, 가죽김치, 가죽생채, 가죽전, 가죽부각 등이 있다. 세편은 떡을 찐 후 투명해질 때까지 오래 찧어서 떡가래를 만들어 얇게 썬 뒤 차가운 꿀물에 띄워서 여름철에 먹는 떡으로 통도사의 대표적인 음식이며, 내원사의 가죽부각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통도사의 서운암에서는 약 300년을 이어온 약된장과 약간장 등의 전통 장을 담가 시판하고 있다. 서운암의 장 담금법은 무쇠 가마솥에 콩을 삶아서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글 때 천연 약수와 3년간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하며, 10여가지의 한약재를 첨가해 50년 이상 된 옹기에서 발효ㆍ숙성시킴으로써 된장의 색깔이 노랗고 냄새와 쓴맛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양산의 향토음식은 양산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 오랫동안 만들어 온 음식이나 현재 식생활과 환경의 변화로 향토음식이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슬로푸드 운동이 확산되고 있어 자연식, 로컬 푸드와 사찰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향토음식은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이며 정신이다.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양산지역에 잊어져 가고 있는 향토음식으로 우리의 건강도 챙기고 고유의 식문화도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