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이승주 웅상고등학교 교사 | |
ⓒ |
여느 고3 담임들과 마찬가지로 여름나기 준비를 단단히 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첫째, 우리반 아해들보다 내가 먼저 출근해야 한다. 둘째, 아해들의 고통(?)에 둔감해야 한다. 셋째, 아해들의 어떠한 말, “오늘은 너무 몸이 안좋아서 학교를 못가겠어요”, “부모님과 함께 휴가 가야해요” 등에도 넘어가서는 안 된다. 넷째, 더위에 지치지 않는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다섯째, 아해들이 정신적으로 나태해지지 않도록 적절한 채찍과 당근을 사용해야 한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바로 다음주 월요일부터 보충수업이 시작됐다. 고3 학생들은 오전 7시 50분까지 등교해서 출석확인, 선택수업반 이동 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맞춤식 보충수업이 진행된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 자율학습이 5시까지 이어진다.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지정된 공간에서 10시까지 공부를 한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여름방학 보충수업 첫날부터 지각, 결석 학생들이 나왔다. 첫날 지각자와 결석자가 10명 내외라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부턴 내가 소화해야 하는 수업을 점검해보자! 오전 5시간 수업 그리고 점심 후 특별보충수업 2~3시간, 그리고 이후 대입 및 인생 상담까지! 가히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그야말로 하루 종일 떠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보충수업 첫날 7시 40분에 출근해서 6시께까지 말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학생들보다 교사인 내가 넉다운 될 지경이었다. 보충수업기간 내내 난 속으로 지각하는 학생, 자습시간에 자는 학생들에게 외쳤다. “솔직히 너희들 보다 내가 더 힘든거 아니냐?”, “고3이면 이정도는 감당해 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그러면서 난 아해들의 모든 모습에 윽박지르고 있었다.
장시간의 보충수업을 끝내고 상담에 들어가노라면 여지없이 목이 아팠다. 상담의 내용은 늘 ‘가고 싶은 대학이 어디냐?’ 그리고 연이어 ‘네 점수가 어떻게 되느냐’, ‘이 점수로는 어렵다, ‘다른 대학, 다른 과를 찾아보자’…. 그러면 여지없이 흐르는 아해들의 눈물 그리고 힘겹게 내뱉는 한숨. 안그래도 더운 여름을 아해들의 눈물과 한숨이 더 뜨겁게 만드는 것 같았다.
어느새 아해들의 눈물은 내 마음에 흘렀고 그들의 한숨은 내 한숨이 됐다.
2학기가 시작되면 곧바로 수시 입학을 위한 상담이 또 다시 시작된다. 이제 이렇게 질문 하련다.
“하고 싶은게 뭐니?”, “뭘 하면 제일 행복할 것 같니?”, “점수가 조금 안되어도 수시를 6개까지 쓸 수 있으니 네가 가고픈 곳 맘껏 한번 써보자. 대신 안전지원도 꼭 넣어야해”, “힘내 이제 얼마 안남았어!”, “괜찮아 잘 될거야”
‘웅상고등학교 3학년 9반~ 파이팅!’, ‘대한민국 고3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