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산의 학교 엘리트 체육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야구는 전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며 축구를 비롯한 여타 종목 역시 전국대회에서 심심찮게 순위에 들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계속 양산에서 운동을 이어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중학생 선수의 경우 지역에 고등학교 운동부가 없어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타지역으로 떠나야한다. 이에 시가 최근 엘리트 체육인 육성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가운데 양산지역 고교 엘리트 육성의 필요성과 향후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원동중 야구부 전국 제패를 계기로 지역 고등학교 운동부 창단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고교 운동부 창단에 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수한 체육 인재가 어쩔 수 없이 타지로 전학 가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체육단체들을 중심으로 고교 운동부 창단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
축구부의 경우 2008년 양산고가 경남FC의 지명연고 고교팀 모집에 선정돼 협의가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지역 축구인들은 지역 내 명문축구부가 창단되리라는 기대감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양측이 축구부 운영에 관한 협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경남FC측이 창단을 포기한 바 있다. 이후 양산시축구협회는 여러 학교들과 협의를 거쳤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무산됐다.
최근 창단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야구부와 육상부도 지난해 창단이 추진됐으나 학부모의 반발과 지원 등에 대한 논의가 엇갈려 무산된 전력이 있다. 인기종목 마저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인기 종목은 아예 창단 움직임조차 없다. 수영이나 레슬링의 경우 초등부와 중등부 선수들이 수차례 도민체전 등 굵직한 대회에서 실력을 뽐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창단 목소리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운동부 학업분위기 흐려” 반대
왜 고등학교 운동부 창단이 힘든 것일까? 우선 예산 문제다. 시에서 일정규모 지원이 이뤄지지만 운동부를 운영하기 위해선 학교에서 매년 2천만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선수단 규모가 클수록 더 늘어난다. 축구부나 야구부의 경우 2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시의 지원도 언제 축소 또는 중단될 몰라 학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운동부가 있는 학교는 기존 운동부와의 갈등도 걸림돌이다. 한 고등학교의 경우 축구부 창단 움직임에 기존 운동부에서 반발이 컸다. 새로 창단하는 운동부 때문에 기존 운동부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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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부 창단을 추진한 적 있는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다닐 당시 운동부라고 하면 싸움이나 말썽을 부리는 학생들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아직도 그런 생각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학교에서는 운동부 운영을 하나의 업무로 여기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운동부 창단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뚜렷한 상황에서 운동부를 추진하기에는 학교 측이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며 “특히 창단 후에 이러한 반대 우려가 일선 교사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단 후 관심 부족으로 계륵 신세
현재 운동부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운동부 운영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지속적인 지원이나 관심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에서 지원이 이뤄지지만 기본적인 운영비 수준인 탓에 창단한지 몇 년이 흘러도 제대로 된 훈련장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웅상지역 한 고등학교는 야심차게 운동부를 꾸렸지만 그동안 성적을 못 내자 아예 관심이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이 운동부는 현재 제대로 된 연습공간이 없어 인근 중학교 강당에서 운동하거나 사비를 내고 체육관을 빌려 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고등학교 운동부는 현재 강당을 훈련장으로 쓰고 있지만 학생과 선생들 사이에서 운동부 때문에 강당을 제대로 못쓴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운동부 운영을 권장하는 만큼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기본적인 수준에 그치다보니 학교에서 운동부 운영에 큰 부담을 느낀다”며 “특히 운동부에 대한 배려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운동부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곤혹스럽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운동부 운영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수 수급 안돼 애물단지 우려도
한편 지역 내 체육환경 발전을 위해 창단한 운동부가 오히려 지역 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등학교 운동부는 진로와 직결되기 때문에 명문팀이 아니면 선수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야심차게 창단해 놓고도 몇 년간 성적을 내지 못하거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팀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흐지부지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양산시축구협회 김한수 전무이사는 “운동부가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그러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련해 놨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