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라도 수요와 공급이 있기 마련이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다는 말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인간은 무언가를 팔아야 살아갈 수가 있다. 대중들이 섹시함을 좋아하는 눈치라면 섹스어필(sex appeal)의 상품화로 부지런히 가꾸고 팔아줘야 살아갈 수가 있다는 말이 된다. 사람의 ‘인기’ 또한 그러하다. ‘인기’를 매개로 어린 몸을 노출시키는 성적 매력을 파는 자가 있고, 그 노출에 열광하며 사는 자가 있다. 걸그룹이라는 소녀와, 매니지먼트사와 방송국. 이 삼각 거래의 상품성을 보증하는 등급은 나이와 매력이다. 연예사업이 국내ㆍ외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면서 대한민국의 걸그룹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일정기간 활동을 하고 휴식기를 갖는 일련의 패턴에도 불구 TV를 틀면 늘 몇 팀의 쟁쟁한 걸그룹이 눈에 띌 정도다. 그들은 그들끼리 서로 경쟁하며 활동을 재개할 때마다 더 ‘센’ 콘셉으로 무장한다. 승부수는 ‘얼마나 더 섹시한가’로 결정되는 것 같다.
특히 남자들이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정답은 소녀시대가 ‘귀엽다’를 넘어선 ‘섹시’해서 좋다는 것이다. 딱 달라붙는 배꼽티와 스키니진, 핫팬츠와 하이힐, 제복을 입은 소녀들이 ‘더없이 순수한 눈망울’을 하고선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옷과 액세서리, 그리고 노랫말과 춤동작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소녀시대의 기획사는 어린 소녀를 통해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해 교묘히 섹스를 판매한다는 점이다.
21세기의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의 실제 풍경이 이렇다. 삼촌 팬, 미성년자들의 성적 매력을 구매하고 열광하는 (나이 든) 성인 남성이라는 이 단어는 관음증세라는 명백한 치부를 화장해서 미화하고 있는 좋은 표현이다. 언제부터 삼촌이 어린 여조카의 허(꿀)벅지와 짧은 치마,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과 안무에 열광했던가? 멀티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비된다고 해서, 이 게임의 중요한 속성인 엉큼함과 변태성이 가려질 수 없다. 소녀 가수? 걸 그룹? 삼촌 팬? 아이돌 등의 기만적 조어(造語) 사용도 생산자인 업계 관계자, 당사자인 상품, 그리고 소비자인 팬들의 불편한 ‘도덕적 수치감’을 희석하는 데 딱 제격이다.
이런 ‘어린 소녀들을 통해 섹스를 파는 행위’는 어떻게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다. 기획사는 돈을 벌고, 소녀는 스타가 되고, 대중은 욕망을 충족한다. 소녀가 특별히 공공질서를 저해하는 음란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중이 소녀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서로가 상부상조하는 좋은 거래인가? 물론 소녀시대의 탁월한 표현능력으로 창조되는 음악적 예술적 가치, 청순발랄에 섹시를 겸비한 예술활동은 높이 평가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치더라도, ‘저열한 욕망의 바다’ 위에서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정확히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다수의 연예기획사운영자들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분명 대단히 효과적인 돈벌이 전략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성의 이중성을 더 공고히 할 뿐이다. 걸 그룹의 성 상품화 역시 꽤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 온 문제다. 특히 미성년자인 걸그룹 멤버가 스스로 성 상품화 되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그들 스스로 ‘섹시하다’는 평을 최고의 칭찬으로 여기는 사회 풍조 또한 개탄스럽다.
문제는 성을 상품화하는 태도 자체가 성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성은 상품화돼 왔다. 여성은 한 인격체이자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대상화됐다. 딸자식 가진 부모는 밥을 굶기지 않는 경제력 있는 남자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것이 최고의 부모 된 도리였다. 이런 구습은 현재까지도 사회의 면면에 남아있다. 현대에 이르러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며 성차별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성을 한 인격체이자 주체로 보려는 움직임에 비해 여전히 여성을 대상화 하는 시선이 더 강세다. 과거부터 이어진 여성의 성 상품화는 나날이 좀 더 고도화 된 상업적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의 성상품화는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가정과 사회에서 벗어나 각종 매체를 통해 무의식에 침투한다. ‘섹시하다’는 말을 최고의 칭찬으로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여성의 성 상품화를 조장한다. ‘얼짱’, ‘몸짱’ 등 여성의 몸에 대한 평가가 당연시 되며 여성 스스로 성형외과 출입을 당연시해 얼굴을 고치고, 지방을 빼 몸매를 조성한다. ‘섹시해야 한다’는 주문에 걸린 여성들은 자신의 성이 상품화되고 있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스타는 상품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성적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특히 여성의 성을 상품화시키는 방향이 권장돼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과격한 노출과 매력적인 댄스를 한 인격체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성 의식을 갖추지 못했다. 구습의 영향으로 여성에 대한 몰이해가 일반적인 사회에서, 대중매체가 여성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 인격체가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여기는 풍조에는 자성의 목소리가 뒤따라야 한다.
이쯤에서 나와 같이 늙어가고 있는 어른들은 눈을 떠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나이로 어른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다음 세대의 성적 매력에 탐닉해서 존경받았던 세대는 없지 않았던가? 품격있게 늙어가는 법을 배워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