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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 한줄의 노트] 이별로 가는 기차..
사회

[시 한줄의 노트] 이별로 가는 기차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8/20 10:35 수정 2013.08.20 10:36





슬픔을 미리 울고 가는 기차를 만났네

달맞이 언덕 문텐로드를 바투* 걷는데

산 벚꽃 하얀 목덜미를

제비꽃무리 보랏빛 손수건이 펼쳐 받네

사스레피나무들 무덕무덕 따라 붙는

동해남부선, 복선되면 끊길 기차소리

수직으로만 목이 길어지는

소나무 다리들 사이로

이별통지서 같은 안내문을 읽고 가네

칸칸마다 안겨드는 삼포**의 흰 포말들

어디서 누가 연착하기를 바라나

제 가슴속에서 살점으로 일렁이며

칙폭칙폭 거친 숨 모는

봄날 하오,

만남과 이별의 간이역 밥 먹듯 지났으나

이제야 첫 이별에 도착한다는 듯

종착역에 몸 부리는 일, 뒤 돌아보지

못하겠네

오래 사용한 뼈마디 굽어 도는 이쯤 어디

쇳덩이 삭도록 달리고픈 기적소리 허공을 찢고

풍경 몇 구간 추억하는 일, 달빛 자국마다

새겨지겠네



*두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다는 뜻
**구덕포, 미포, 청사포

김곳 시인
2005년 ‘문학도시’ 등단. 부산시인협회 회원. 국제펜문학부산지부 사무차장. ‘또따또가 문화공간’ 집필작가. ‘푸른별’․’시무덤’동인. 시집으로 ‘숲으로 가는 길(201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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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이 시는 ‘기차’를 소재로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군요.

끝없이 질주하기만을 강요하는 시대, 여유를 주지 않고 휴식을 주지 않는 삶의 방식,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어도 ‘용건이 뭔데’, ‘결론부터 말해’라고 되돌아오는 목소리들…. ‘동해남부선, 복선되면 끊길 기차소리’는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해 반성을 던져 줍니다.

‘어디서 누가 연착하기를 바라’는 ‘흰 포말들’의 심정은, ‘수직으로만 목이 길어지는 / 소나무’처럼 오직 한 방향으로만 뛰고 나는 현대인을 향한 시인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어쩌면 다른 사람과의 속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이 될 수도 있는 것. 그래서 시인은 잠시 멈춰 나무를 보라고 꽃을 보라고, 옆 사람과 다정히 인사 나누며 ‘풍경 몇 구간 추억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하고, 외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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