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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우진 양산윈드오케스트라 지휘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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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시절 동료들과 함께 에어컨도 없는 가스차인 늙은 르노(사실은 나에게 너무나 고마운 차)를 몰고 차안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오직 저녁에 직접 듣게 될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노래와 삶을 얘기하면서 즐겁게 도착한 곳, 마체라타…. 해질녘에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성벽과 고성 너머에서 물들던 노을의 장관을 잊을 수 없다. 여름 음악축제 기간이 되면 오페라뿐 아니라 너무나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러 자주 들르곤 했다. 마체라타 오페라 야외극장은 고대 펜싱경기장을 개조한 곳으로 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 위용이 올림픽 스타디움보다 더 웅장한 것 같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관람객이 예닐곱살로 보이는 꼬마부터 80대로 보이는 노인까지 저마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매표를 하려고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었으므로 감상하기 쉽지 않은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 온 것인지 가족 나들인지 궁금해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감상하면서도 옆 관중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분명 그들 모두는 열심히 오페라를 보며 웃기도 했고, 마침내 감동의 눈물을 같이 흘리는 것이었다. 순간 “음악은 신이 인간에게 전하는 사랑의 말씀이다”란 말이 실감났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함께 감동하고, 깊은 가족애를 느끼며, 타인과 교감하며 소통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었다. 영원한 고전을 통해 사회 여러 구성원이 교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 나라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문화가 있었으면, 하는 부러운 감정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물론 우리에게도 4년에 한 번씩 ‘아~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한마음으로 월드컵을 즐긴다. 그러나 경쟁과 승부를 통해 누군가의 아픔으로 우리가 웃고 행복해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통한 에너지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참으로 부러운 것이다.
이삼십년 전만 해도 풍물패의 장단에 맞춰 동네 사람들이 춤추며 웃고 즐기는 단오행사와 세시풍속을 시골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형식적으로 남아 명맥만 전해올 뿐 모두가 즐기는 행사로서의 기능을 잃어 가고 있다. 컴퓨터 게임처럼 혼자서 즐기는 것에 익숙한 우리 아이에게 함께 하는 즐거움을 통해 소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 놀이 문화에 대한 콘텐츠에 국가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 민족 고유의 예술적 감흥에 서구예술을 결합하고 정보기술(IT)과 대중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예술의 장르가 싹이 터서 일상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산업이 발달하길 기대해본다. 그리하여 흥과 신명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 음악이 단순히 전승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마체라타의 오페라극장에서 보았던 그들의 모습처럼 세대를 초월하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신음악의 탄생과 음악을 통한 소통의 시대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