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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식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조경디자인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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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먼지, 곰팡이 등으로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되는 ‘새집 증후군’ 논란은 적극적인 친환경 자재의 사용과 시공방법의 개선, 환기시설의 의무 설치 규정 등의 적절한 대응으로 어느 정도 해결의 과정을 걷고 있다. 반면 층간소음의 문제는 최근에 사회적 분쟁으로 아주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2, 3월 중에 많은 신문과 방송 매체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급한 적이 있었다. 급기야 대통령이 이 문제를 거론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공동주택에서의 행복한 삶을 위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언급한다면 층간소음 문제도 주요 항목 중의 하나가 됐다.
우리는 왜 층간소음 문제로 이렇게 고민해야 하는가? 다른 나라들도 우리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는 층간소음 엄밀히 표현하자면 중량 바닥 충격음의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특성과 기술적 경향이 야기한 문제인 것이다.
거의 모든 공동주택에 적용되고 있는 바닥 패널 난방은 우리의 전통적 온돌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방식은 바닥의 온화한 복사열을 직접 우리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반면에 중량의 맨바닥 발꿈치가 그 보다 더 딱딱한 바닥 패널을 두드릴 때 바닥 전체가 울리게 되는 중량바닥 충격음의 문제도 피할 수 없다. 두꺼운 카펫 위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는 서구의 생활 방식이나, 신발은 벗지만 무른 다다미로 바닥이 마감돼 있는 일본의 대표적 주거 유형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다. 시험 삼아 신발을 벗고 발뒤꿈치로 딱딱한 바닥을 굴러보면 신발을 신었을 때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쉽게 느낄 수 있다. 아랫집으로부터 층간소음 항의를 받는 윗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쿠션이 있는 실내화만 신게 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동주택의 비중이 60%에 가까운 우리나라의 주거 형식이 주택 중심의 주거 유형 패턴을 갖고 있는 다른 나라들보다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부가적으로 아파트의 아이들이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 노는 시간보다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는 최근의 경향이 층간소음 문제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도시 주택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빠른 속도로 건축됐던 당시 공동주택의 기술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주거생활의 품질보다는 양적 확보가 우선이었고, 수요자들로서도 당시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아울러 비용 절감을 위해 채택된 벽식 구조나 150㎜ 미만의 얇은 바닥 슬래브는 근본적으로 층간소음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점차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수요자들의 주거 품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게 되고, 이를 반영해 뜬 바닥 구조를 사용하고 더욱 두꺼운 바닥 슬래브를 적용하게 되면서 기존 아파트는 상대적 열악성이 심각하게 드러나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법적으로는 1991년 1윌 15일 대통령령에 의해 층간소음 규제가 시작됐으나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이후 2003년 4월 22일 개정을 통해 정량적 판단 기준이 마련됐고, 이 기준에 따라 2004년 4월 22일부터 사업승인 신청하는 주택공급자는 경량충격음 58㏈ 및 중량충격음 50㏈의 법적 기준을 충족시킬 의무를 갖게 됐다. 최근 관련 법령의 개정으로 중량충격음의 법적 기준은 47㏈로 더욱 강화됐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바닥 슬래브의 두께는 최소 210㎜ 이상이 돼야 하며 더욱 낭창거리는 완충재를 사용해 바닥을 띄워야 한다.
이로써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몇 가지 고려할 것이 있다. 먼저 물리적 성능개선 방식은 비용과 환경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슬래브의 두께를 증가시키면 층간소음의 문제는 많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은 결국 주택소유자의 몫이다. 당장 집이 필요한 저소득층의 주택소유 희망자에게도 법규에 의해 강제된 성능을 만족시키기 위한 최고급 사양의 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 이러한 법규의 강화는 새로 건축하는 공동주택에만 적용될 수밖에 없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기존의 얇은 바닥 아파트다. 이 아파트들은 원천적으로 47㏈의 법적 기준을 충족할 수 없는 구조이고, 리모델링을 통한 약간의 성능개선조차 쉽지 않다. 따라서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기존 아파트에 대한 대책이 요구 된다.
층간소음의 문제는 새집 증후군 문제처럼 연착륙이 가능한 것인가? 기술적으로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요인을 제거하면 되는 새 집 증후군과는 달리 층간소음 문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적절한 해법을 위해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