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尾生之信)
尾 꼬리 미 生 날 생 之 갈 지 信 믿을 신
미생의 믿음이란 뜻으로, 우직하게 약속을 굳게 지킴, 또는 융통성이 없이 약속만을 굳게 지키는 사람을 비유
출전 : 사기(史記) 소진전(蘇秦傳), 장자(莊子) 도척편(盜跖篇)
魯(노)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아주 정직한 사람이 있었다. 일단 남과 약속을 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는 그런 인물이었다.
어느 날,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던 중 소나기가 쏟아져 큰 개울물이 갑자기 불어났다. 그러나 미생은 ‘이 다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이 자리를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물이 불어나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 나중에는 물이 머리 위까지 올라와 교각을 붙잡고 버텼으나 끝내 물살에 휘말려 떠내려가 죽고 말았다.
전국시대의 유세가 소진(蘇秦)은 연왕을 만난 자리에서 미생의 이야기를 꼬집어 신의가 두터운 사나이의 보기로 삼았다.
하지만, 장자(莊子)는 도척편에서 “이런 인간들은 책형(磔刑, 기둥에 결박하여 세우고 창으로 찔러 죽이는 형벌)된 개, 물에 떠내려가는 돼지, 깨어진 사발을 한 손에 든 비렁뱅이와 같이 사소한 명목에 끌려 진짜 귀중한 목숨을 소홀히 하는 자들로, 참다운 삶의 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놈이니라”하고, 그 어리석음을 규탄하면서 이는 신의에 얽매인데서 오는 비극이라 했다.
과연 어느 해석이 옳을까. 이와 비슷한 고사로 우공이산(愚公移山)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이야기로, 우직하게 한길을 간다는 뜻과 어리석음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고사성어다.
요즈음 시대에서도 이런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공약의 실천에 너무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사태에서 옛 고사의 교훈을 되새겨 보아야 하지 않을까.
양산향교(385-451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