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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왜 인문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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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왜 인문학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9/10 09:31 수정 2013.09.10 09:31



↑↑ 이동성
영산대학교 총장실장
국제지역학박사
인문이란 사람이 걸어온 시간의 결을 말한다. 사람의 무늬, 시간의 무늬, 삶의 결은 결국 경험과 함께 형성된다. 다시말해 인문이란 일상 속에 형성되는 것이며, 일상이란 ‘지금 여기’로부터 출발해 나아가는 내 모습이다. 사람의 지문이 모두 다르듯이 사람의 결 또한 같을 수 없다. 그런 까닭으로 동일률적인 명제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인문학이다. 따라서 지금 여기의 우리는 선인들이 남긴 문장 속에서 이치를 구하고, 선인들이 걸어온 역사를 통해 미래를 통찰하며 그러한 가운데 나를 성찰하는 인문 활동을 실천할 뿐이다.

가을 운동회, 운동장을 덮은 만국기처럼 여기저기서 인문학을 말한다. 효율성이라는 가치에 밀려버린 인문학에 대한 호명은 잊혀진 존재에 대한 의미부여인 듯해 반갑고 또 반가운 일이다. 삶에 대한 가치 발견, 미래지향적 사고, 창의적 상상력을 통한 경쟁력 확보, 인간 본질에 대한 접근과 관계의 회복, 사회의 건강한 정신성 회복…. 인문학에 대한 수사가 늘어나는 것만큼 세인의 관심도 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치 갈등의 혼돈, 그 한 가운데서 사람은 사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행복은 무엇인가, 그 실마리를 장자를 통해 풀어보자.

‘남해의 임금을 숙이라 하고, 북해의 임금을 홀이라 하며, 중앙의 임금을 혼돈(渾沌)이라 한다. 숙과 홀이 때마침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이 매우 융숭하게 그들을 대접했으므로,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논의해 말하기를, “사람은 모두 7규(七竅: 일곱 개의 구멍 즉 눈, 귀, 입, 코)가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이 혼돈에게만 없으므로 시험 삼아 구멍을 뚫자”고 했다. 날마다 한 구멍씩 뚫었는데 7일이 지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 장자(莊子)의 내편(內篇) 중 응제왕(應帝王)’ 

혼돈의 죽음 이후 우리가 놓여있는 감각적인 삶의 연속 가운데 남겨진 것은 결국 욕망과 갈등이었다. 감성과 이성의 경계에서 사유의 힘을 놓아버린 우리에게 다가오는 본질에 대한 고민은 분명 사이의 발견이다. 그러나 그 발견이 사유의 지평을 넓혀가도록 힘을 얻기 위해서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순간의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성의 바탕 위에 지속성을 추구할 때 삶의 길도 유장하게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찌 물 뿐이라. 흐르는 것이 어찌 시간 뿐이랴. 시간을 너머 공간을 너머 흐르는 것이 또한 신(神)아닌가. 상이한 시간과 공간 속에 상이한 삶의 양상으로 우리는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어찌 다툼이 없으랴. 그러나 다툼이 분쟁으로 이어질 때 그 속에 살아가는 인문의 본질도 황폐해진다. 이를 두고 공자는 ‘논어’의 ‘옹야’편에서 서로 상반된 것들이 어울려 조화를 추구하는 ‘문질빈빈(文質彬彬)’을 강조했다. 이는 내용과 형식의 조화 속에 진정한 인문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빈빈(彬彬)은 갈등과 대립을 너머 화합과 소통으로 가는 방향성이기도 하다. 

이 세상은 모두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어떤 형태로든 ‘사이’ 와 ‘틈’이 존재 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소립자들도 각자 사이에서 관계를 형성한다. 인문학을 논하면서 인간관계의 현실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관계는 분명하기보다 미묘하다. 사람 사이의 이치가 윤리라면, 관계를 성찰하는 데도 분명함의 윤리학보다 미묘함의 윤리학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인문학이란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학문이 아닌가. 그런 까닭으로 인문학은 인간의 역사와 그 나이를 같이 한다. 따라서 현학적인 관념으로 만국기를 날릴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일상에서의 호흡을 실천해야 한다. 호흡을 멈추면 생명도 힘을 잃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의 정론을 위해 달려온 양산시민신문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 한다.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양산시민신문은 지역의 사회의 특성을 파악해 시민과 호흡하는 길을 걸어 왔다. 지금까지 도약의 10년이었다면, 앞으로 번영의 100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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