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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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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9/10 09:32 수정 2013.09.10 09:32



↑↑ 김인수
남부고등학교 교사
2학기 개학을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돼 간다. 수능 이후의 오후 수업을 미리 당겨서 보강하느라 8월 6일에 개학을 했으니 말이다. 요즘 고3 학생을 데리고 수업을 하자니 마음이 적잖이 심란하다. 적게는 3~4명에서 많아야 10명 정도가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엎드려 자거나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때로는 대학 입시자료를 챙기며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은 대개 2학기 내신은 고사하고, 수능 최저 등급조차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능 최저 등급이 필요하더라도 우리 학교 학생들은 탐구과목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해 요즘 같은 때는 국, 영, 수 과목도 먹다 남긴 사이다병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지 않는다고 학생만 탓하기도 어렵다. 그네들도 공부를 잘 해서 선생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이었다면 수업 시간에 자거나 딴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를 애써 듣다가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혔을 것이고, 그 순간부터 느끼는 열패감이나 무력감을 감추기 위해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딴 짓을 하는 방법을 선택했으리라. 그것 말고는 50분이라는 긴 수업 시간의 반복을 견뎌낼 별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은가?

결국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다수의 학생이 무기력해지는 지금의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 구조를 바꿀 것인가? 최근에 얻은 대답은 바로 기본소득에 있다. 기본소득은 거칠게 말하자면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이 기본적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개인 통장으로 입금해 주는 걸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별 조세 부담률이 25% 정도인데, 이를 복지국가의 수준인 50%까지 올리면 1인당 월 50만원 정도 지급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간단하게 내 경우를 예로 든다면, 작년에 150만원 정도 세금을 냈는데 이를 갑절로 올려 300만원의 세금을 내면 내가 받을 수 있는 기본 소득은 연 600만원 정도가 된다는 얘기다. 150만원을 더 내고 600만원을 받으면 연 450만원의 이득이 생기는 셈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95% 정도의 사람이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더 많아진다고 하니 대부분의 국민이 혜택을 보는 셈이 된다. 더구나 기본소득은 무상급식이나 무상 보육료, 기초노령연금(원래 공약보다 많이 후퇴하긴 했지만) 등의 형태로 이미 우리 삶에서 어느 정도 현실화돼 있다. 기본소득은 이를 좀더 확장하자는 것인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개인마다 일정한 금액을 기본 소득으로 받으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200만원의 기본소득이 생기면 일단 적어도 밥 굶을 일은 없어진다. 무엇을 하든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므로 사람들은 생존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이 꿈꿔왔던 삶의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학생들이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대학 입시에 올인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해 낼 수 있다. 공부만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능력이 모두 존중되는 사회, 그래서 모두가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에 대해 궁금한 점은 <녹색평론> 131호 ‘모두에게 존엄과 자유를 - 기본소득, 왜 필요한가’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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