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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운용교수의 인도 비즈니스
농경문화의 공통점에서 오는 어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9/10 09:51 수정 2013.09.10 09:51
⑨ 인도말과 우리말 –2




↑↑ 이운용

한국외대 인도어과
한국외대 지역대학원 정치학 석사
인도 첸나이무역관 관장
한국인도학회 부회장(현)
영산대 인도연구소장(현)
영산대 인도비즈니스학과 교수(현)
영산대 기획처장(현)
‘쌀’에 대해서

언어의 뿌리를 살펴보는데 있어서 농경문화와 관련된 단어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인도어에는 쌀과 관련한 단어가 많다.

북 인도 힌디어로는 쌀을 ‘짜왈’이라고 하며 밥을 지은 후에는 ‘받(바-ㄷ)’라고 한다. 요새는 밥을 짜왈이라고도 한다. 남 인도에서는 껍질을 벗기기 전의 상태(paddy)를 ‘아리(ari)’, 껍질 벗긴 쌀알은 ‘아리씨(arici , areci)’라고 한다. 동인도 콜카타 밑에 있는 오리싸 주의 명칭이 arici라는 쌀의 의미에서 왔다는 견해가 있는데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남인도의 뱅갈루루가 속한 카르나타카 주의 kannada말로는 껍질을 벗긴 쌀, 곡류를 ‘아끼 (akki)’라고 한다. 우리가 어릴 때 경기 지방에서 농부들이 ‘아끼바리’라고 부르는 쌀이 있었다. 통일벼의 등장으로 밀려났는데 ‘아끼’라는 단어가 쌀의 뜻으로 남인도어에 있는 것은 흥미롭다. 아끼바리는 秋晴(あきばれ : 아끼바레)이라는 품종으로 60년대에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이라고 백과사전에 나온다.

아리시오(Arysio Nunes dos Santos)의 드라비다어 어원을 살펴보면 ak는 young rice 이고 al은 person 이다. 따라서 akal은 ‘어린식물, 어린아이’의 뜻이라고 한다. 우리말의 ‘아가, 아기’와 연결시켜 볼 만 하다. 타밀어로 쌀을 뜻하는 단어는 강한 ‘s’ 발음의 ‘쏘루(soru)’가 있고 밥은 빠탐(patham), 밥알은 ‘빠루까이(parukkai)라 한다.

↑↑ 남인도 음식인 도사는 쌀로 만든 누룽지 속에 감자 등을 으깨 넣어 만든다.
쌀과 관련해 남인도 드라비다족 역사에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남인도에는 촐라나두(Cholla Nadu), 체라나두(Chera Nadu), 빤디야(Pandhya) 라는 3개 국가가 있었다. 촐라나두는 남인도 동부의 타밀나두에서 최대의 쌀농사 경작지인 코베리 강 유역에 있었고, 체라나두는 남인도 서부의 께랄라주 일대, 빤디야는 남인도에서 스리랑카를 바라보는 칸냐꾸마리 일대였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촐라나두인데, 타밀어에서는 촐라나두를 쏠라나두 또는 쏘라나두 (ssora nadu)라고 발음한다. 영국인들이 영어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강한 ‘s’ 발음을 표기할 영어자음이 없어서 ch로 표기했다고 한다. 현재 첸나이에 있는 촐라쉐라톤 호텔을 타밀인들은 대부분 쏠라쉐라톤으로 발음한다. 께랄라 지역에 있던 체라나두도 쎄라나두로 발음한다.

이 쏘라나두라는 명칭의 기원에 대해 ‘쏠라’는 태양, ‘나두’는 나라의 뜻이므로 ‘태양의 나라’라고 한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주장으로 ‘쏘라’는 쌀, 나두는 나라로 보아 ‘쌀의 나라’라는 견해가 있다.

필자의 타밀어 가정교사를 했던 일랑고 씨는 ‘쏘라나드 쏘르(rice) 우다이뜨’라는 오래된 타밀 속담(?)을 알려주면서 ‘쏠라(나두)’는 ‘쌀’이라는 뜻을 가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Chozha에서 zha는 영어의 la처럼 발음된다. zha는 목에서 약하게 ‘라’라고 발음하며, la는 입의 앞쪽에서 강하게 발음하면 구분이 된다. 타밀나두의 하층민들이 길거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먹는 음식 중 쌀로 지은 밥을 ‘쏘르’라고 한다.

쌀과 관련한 단어들 중 우리 어원과 관련이 있을만한 것을 추가해 보자. 요즘은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밥 먹을 때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볍씨 상태의 낱알을 흔히 보았는데 이것을 ‘뉘’라고 한다. 타밀 말로는 ‘넬(nel)’이라고 한다. nel : rice in the husk, 즉,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쌀알 즉 볍씨 상태를 말한다. Toda어에서는 nes라고 하며, Kannada어로는 nel, nellu라 한다.

↑↑ 트랙터를 이용해 수확하고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1년에 3모작을 할 수 있다니 부럽기도 하다.
타밀어에서는 우리말 의 ‘벼’를 ‘빠이르(payir)’라고 하며 ‘비에, 비어’라고도 한다. 처음 벼를 심는 것을 우리말로 ‘모’낸다고 하는데 타밀인들은 ‘모’를 ‘무디’라고 한다. 또한 우리말로 곡식 알갱이 하나하나를 ‘낱’알 이라고 하는데 타밀어로는 낟-뚜(뜨)(Naaththu) 또는 나-루(Naarru)라고 한다. th가 r 로 발음되는 현상은 타밀어에서는 매우 흔하다. 첸나이 시내에 ‘아디야르’라는 지명이 있는데 영어로는 adiyar로 써 놓고는 보통 ‘아리야르’로 발음한다. 영어의 워터를 ‘워러’로(t를 r로) 발음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쏘르(쌀) 라는 단어 외에 뉘, 벼, 모, 쌀, 낱알, 아끼바리 등의 흔적이 우리말과 흡사하며, 역사에 나타나는 국가명에도 쌀이라는 흔적이 있다는 점을 볼 때 ‘쌀’이라는 우리말이 인도어에서 왔든지 혹은 우리말이 인도로 갔든지 간에 같은 뿌리를 가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어릴 때 시골에 가면 논에서 메뚜기를 잡기도 했다. 2002년 경 ‘인도코리아’ 웹싸이트에서 김영옥님이 남인도인들이 메뚜기를 ‘메뚜’라고 한다고 가르쳐준 기억이 난다.

아궁이

Agni는 죽은 자를 저 세상으로 데려 갈 때 ‘앞에서 불을 밝혀 인도’하는 신의 이름이라는 것은 스리니바산에게 들었다. 브라만 계급인 그는 매일 아침 1시간 정도씩 경전을 외우는데, 경전에 관해 이야기 할 때 들은 이야기다.

그들이 외우는 베다 중에 Agni라는 신의 이름이 나오는데 불이라는 뜻이 있어서 발음상으로 우리말 아궁이와 연결시켜 보았다. Ag는 베다에서 죽은 자를 저승으로 앞에서 인도한다는 뜻이 있다. 즉, ‘앞’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 사투리 중에 ‘아게’라는 표현이 관련될 수 있다. 이처럼 베다 같은 경전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잘 살펴보면, 생각지도 못한 우리말과의 관계를 찾아낼 수 있다.

‘아그니’가 혹시 ‘아궁이’라는 뜻으로 쓰이는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아그니’로 발음하지 않고 ‘아궁이’로 발음하면서 혹시 아느냐고 하였더니 ‘불 피우는 장소’(place for fire)를 물어보는 것이냐고 되물으면서 자기들도 불 피우는 장소를 ‘아궁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오래 전부터 인도인들이 이주하여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힌두교도가 다수가 된 곳이다. 이곳의 가장 큰 화산 이름이 아궁산이다.

↑↑ 남인도 타밀라두 주의 중심지 마두라이에 있는 티루말라이 나약 궁전 모습.
마두라이 = 맏 + 우라이
 
남인도 타밀나두 주의 남부 중심지 마두라이는 가장 큰 마을이라는 뜻이었고 실제로도 예부터 타밀남부의 중심지였다. 어원을 분석해보면 ‘맏+우라이 = 마두라이’가 된다. 여기서 ‘맏’은 우리가 ‘큰’아들을 ‘맏아들’이라고 하는 점에서 ‘맏ㆍ맏이’를 생각해 낼 수 있다. 타밀어로 나이가 가장 많다는 듯을 mootha, mud, mut으로 표현하며 mudi라고도 한다. mudi는 현대 타밀어에서는 머리카락이라는 뜻도 가지는데 d를 r로 발음하므로 무리, 머리로 발음된다.

여기서 우라이는 우르, 울, 울(타리), 오르, 부르, 뿌르, 뿌리, 뿌람, 벌 등처럼 마을이나 넓은 평야에 사람이 사는 곳을 표현할 때 뒤에 붙는 접미사다. 인도의 유명한 핑크빛 도시 자이뿌르, 007 영화를 찍었던 곳으로 유명한 호수 한가운데의 궁전호텔 우다이뿌르, 한국대사관이 있는 델리의 차나키야뿌리, 남인도 소프트웨어산업의 중심지 방갈루루(우르), 옹고르, 화려한 궁전으로 유명한 마이소르, 바닷가 백사장에 있는 사원으로 유명한 타밀나두의 마하발리뿌람, 우리 불교계에서 향지국으로 언급됐고 KBS가 촬영해가서 유명해진 타밀나두의 사원도시 깐치뿌람 등에서 보듯이 오르, 우르, 뿌르, 뿌람 등은 우리말의 마을, 우리, 울, 벌 등과 대응할 수 있다.

드라비다어의 palli는 촌락이라는 뜻인데 산스크리트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드라비다어와 우리말의 친근성을 주장하는 K. Menges는 인도 칸나다어(드라비다어의 일종)에서는 p가 h로 변화하거나 소멸하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뿌르, 뿌리가 우르, 우리가 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일부 학자는 북인도 지역의 뿌르 라는 지명은 드라비디안이 북인도를 지배할 때의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이 맞다면 드라비다어 palli가 산스크리트어에서 온것이 아닐 수도 있다.

삼국유사의 향가 처용가에서 ‘셔블’은 고려가요에서는 동경(東京)으로 나온다. 고려때는 개경(開京)이 수도이므로 과거 신라의 서울인 경주를 우대해 동쪽에 있는 수도라는 의미로  동경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그런데 한자어의 東君(동군)은 해. 태양(太陽)의 뜻을 가지므로 동은 태양의 뜻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다. 동쪽은 아침에 해가 뜨는 곳이니 과거에는 ‘동 = 해 = 아침 = 새로운’이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서라+벌을 해뜨는 마을, 동쪽 마을로 보고, 힌디의 수라 + 벌 로 보면 안 될까? 수라, 즉, 인도어 수-ㄹ야(su-r ya, su-r y)는 해(태양)이고, 인도어 오ㄹ, 우ㄹ, 울, 우리, 뿌르, 뿌리, 뿌라, 벌은 마을 또는 도시의 뜻이다. 따라서 인도어 수-ㄹ야 + 뿌르, 수-ㄹ야 + 뿌리, 수-ㄹ야 + 우ㄹ 등은 태양마을, 태양도시라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힌디로 도시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는 샤하르가 있다. 아침이라는 의미의 힌디 단어 사베르도 있다.

좀 더 연구를 할 필요가 있지만 이것은 신라의 서라벌과 대응시켜 공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깊이 연구해 보면 백제의 사비, 소부리는 물론 그 이전의 부여국의 이름도 같은 선상에서 연구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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